로맨스와 정치 싸움을 함께 보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 ‘기황후’의 중심축은 당연히 배우 하지원이다. 하지원은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온몸을 사용해 연기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책임지고 있다.
‘기황후’는 고려 여인으로서 원나라 황후가 된 기황후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하지원은 황후가 되는 기승냥 역을 연기하며 왕유(주진모 분)와 이뤄질 수 없는 로맨스를 연기하다가 연철(전국환 분) 일당에 대한 복수심으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지략 싸움을 치열하게 펼치며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여기에 초반부터 간간히 화려한 액션 장면까지 소화하면서 그야말로 여자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감정 연기를 한 드라마에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이 드라마가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모든 배역에 힘을 싣고 있는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탄탄한 필력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어도 승냥을 연기하는 하지원에게 무게 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지사. 온몸을 던져가며 하지원이 펼쳐놓는 그야말로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보는 즐거움이 한가득하다.
하지원은 지난 25일 방송된 33회에서도 언제나처럼 다양한 감정선을 오고가면서 안방극장을 휘어잡았다. 그는 이날 자신의 사랑을 갈구하는 원나라 황제 타환(지창욱 분)의 공세에 심란해했다. 아직 왕유에 대한 사랑을 말끔하게 버리지 못한 가운데 타환에게 점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것. 복수심과 왕유가 자신을 버렸다는 오해로 타환의 후궁이 됐지만 여전히 복잡한 승냥의 속내는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여기에 승냥의 목숨을 노리는 황후 타나실리(백진희 분)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기를 품고 감정 싸움을 걸거나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 후 타나실리에게 섬뜩한 경고를 하는 모습은 힘이 넘쳤다. “너에게 죽음은 쉬운 형벌이다. 살아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느껴라”라고 소리를 지르며 복수심을 불태우는 승냥의 눈빛에는 고통 섞인 카리스마가 담겨 있었다.
이후 자신 대신 독화살을 맞은 타환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키스를 하고, 믿었던 왕유가 자신을 배신하고 연철의 편에 섰다고 오해하는 승냥의 얼굴에는 단호하면서도 슬픔이 가득했다. 이처럼 승냥 역의 하지원은 로맨스와 액션, 거기에 팽팽한 정치 이야기가 녹여 있는 이 드라마를 이끌기 위해 연기의 종합선물세트를 보여줘야 하는 막강한 임무를 맡았다.
연기 하나는 흠 잡을 데 없는 배우 하지원은 이 같은 온몸을 다해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승냥이라는 인물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는 감정 변화가 큰 인물인데 폭넓은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을 붙들고 있는 중이다.
보통 하지원에게 로맨스와 액션이라는 극과 극을 오고가는 연기가 모두 가능한 배우라는 찬사가 따라붙는다. 이는 이 두 가지 장르를 모두 소화하는 배우가 적다는 방증인 동시에 연기에 있어서 걸림돌이 없는 하지원이라는 배우의 가치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하는 행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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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