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대현 “롯데, 가능성도 많고 자격도 있는 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2.26 13: 00

롯데 잠수함 정대현(36)이 올해 타자들에게 설욕을 다짐했다. 정대현은 지난해 풀시즌을 치르면서 58경기에 출전, 5승 4패 1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했다. 시즌 최종 피안타율은 2할9푼6리, WHIP(이닝당 출루)는 1.50으로 타자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던 한 해였다.
올해 정대현은 FA 계약 3년차를 맞이한다. 롯데에 대한 느낌, 그리고 작년과 올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 몸 상태는 어떤가.

굉장히 좋은 상태이다. (불펜에서) 100% 던지고 있다. (몸을 만드는 게) 늦어지기는 했는데 (강)영식이랑 사이판가서 몸 만든 게 도움이 됐다. 내년에는 더 일찍 갔으면 한다.
- 팀 체력테스트에서 만류에도 불구하고 뛰었다.
감독님이 무릎 계속 걱정하시더라. 추운데 러닝하다 다치면 오히려 안 좋다고 뛰지 말라고 말리셨다. 그렇지만 그 전부터 준비했었던 일이고 1000m는 크게 부담 안 되니까 뛰었다. (정대현은 무리 없이 체력테스트를 통과했다)
- 혹시 작년 부진이 무릎 부상 여파로 인한 러닝 부족 때문이었나?
러닝은 원래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가볍게 뛰는 위주로 한다. 작년에는 무릎이 아니라 허리가 아팠다.
- 허리가 얼마나 안 좋았던 건가.
초반에 허리가 너무 아파서 던지는데 굉장히 불편했다. 경기마다 승부를 해야 하는데 ‘오늘은 어떻게 해야 안 아플까’ 그 생각뿐이었다. 2군에서 몸 추스르고 왔을 때는 허리는 괜찮아졌다. 근데 이번에는 스태프하고 안 맞았다. 일단 경기는 나가야 했는데 좋은 상태로 경기 나간 게 몇 번 안 된다.
- 작년에 많이 답답했을 것 같다.
허리가 많이 아파서 그랬다고 변명 하겠다. 답답했다. 여기 롯데 속해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등판일정을 조정)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안 좋은 상황에서도 경기 나가야만 했다. 작년 경험 많이 했으니. 어찌 보면 좋은 경험이었다. 올해는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 작년 정대현을 타자들이 쉽게 본다고 느꼈나.
위압감 줄어든 거, 그게 사실이다. 작년 초반에는 스트라이크 던지는 것 자체가 자신 없었다. 당연히 타자가 위압감을 못 느꼈을 것이다. 승부를 해서 이겨야 하는데, 안 아프게 던지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 상태에서는 결과가 당연히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 2012년에는 수술 후 후반기에 천천히 복귀했다.
그 부분은 양승호 감독님께 감사하다. 수술 후 최대한 배려해주셨다. 차근차근 나름 준비할 수 있었다. 사실 그 당시 1군에 올라올 때도 '아직 부족한데'라고 생각했었다. 2군에서 낮 경기하다보니 (컨디션이) 안 좋았다. 그래도 1군 와서 저녁에 경기 뛰고 잘 쉬다보니 갑자기 구위가 올라오더라.
- 올 시즌 보직은 정해졌는가.
보직 언질은 못 받았다. 특별히 할 필요가 없다. 보직이야 감독님이 결정하시는 것이다. 캠프 기간 중 상태가 좋은 선수를 뒤에 쓰든 앞에 쓰든 결정하실 것이라 생각한다. 신경 안 쓰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마무리는 누가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하든 그 자리에서 좋은 컨디션이면 잘 할 수 있다. 컨디션이 좋으면 그 자리에서 자기 역할 다 하는 것이다.
- 작년 WBC 여파가 있었나.
WBC 가기 전에는 몸 괜찮았다. 그런데 가서 네덜란드 전에서 밸런스가 무너졌다. 경기하면서 갑자기 떨어졌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마운드 올라갔다. 결과도 안 좋았다. 경기할 때는 신경 쓰면 안 되는데 신경 썼더니 밸런스가 무너졌다.
- 마음 고생이 심했겠다.
그런 공으로 (타자들에게) 맞는 건 당연한 거다. 타자들이 치는 것도 당연하다. 자신이 없다보니 내 공 못 던지는 것이 답답했을 뿐이다. 작년에 하도 많이 맞아서 '이렇게 맞을 수 있구나' 싶었다. (몸이 아프다 보니 강하게 던져야 할 때) 공을 가볍게 ‘슥’ 놓게 되더라. 그런 것들이 겹치면서 타자들이 내 공을 쳤다.
- 작년 그러면 2군에 늦게 간 것인가. (작년 정대현은 4월 21일 대구 삼성전 5회에 등판, 김상수에게 싹쓸이 안타를 맞았고 그 경기 후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은 더 전에 갔어야했다. 이미 1군에 있을 때도 경기할 상태가 아니었다. 몸과 정신 모두 그랬다. 정민태 코치님께 대구 삼성전경기 끝나고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스트라이크 던져야 하는데, 여기서 이거 던지면 된다’ 는 걸 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걸 던질 수 없었다. (김)상수한테 맞는 순간 ‘안 되겠구나’ 했다.
- 마운드에 오를 때 모든 조건을 갖추고 올라가는 편이다.
맞다. 나는 구위가 좋고 (구속이) 빠른 투수가 아니다. 충분히 갖추고 던져야 타자를 이긴다. 경기 전에는 심적으로 완벽하게 돼야만 좋은 경기를 한다.
- 9개 구단 모두 우승 후보로까지 꼽힌다.
올해 다들 팀 전력이 좋아지긴 했다. 전력 보강도 하고 해서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다. 굉장히 타이트할 것 같다. 그래서 투수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 (나도) 압박감을 많이 느낀다. 그래도 모두 다 같은 입장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포인트에서 떨어지지 않는 팀이 좋은 성적 낼 것 같다.
- 롯데에서 친한 선수는 있는가.
강영식 선수다. 롯데 와서 친해졌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 영식이는 되게 싹싹하다. 나와 던지는 형태는 좌완과 언더핸드로 다른데 평소 자기가 궁금했던 거, 심적인 것들을 많이 물어봤다. ‘안 될 때는 어떻게 하느냐’ 이런 것들이다. 나도 내가 가진 거 얘기 해줬다. 야구 얘기를 많이 했다.
- 올 시즌 느낌은 어떤가.
2003~4년 쯤이었다. (캠프에서) 귀국하는 버스를 탔을 때 몸이 굉장히 좋았다. ‘이제는 내 볼을 던질 수 있겠구나’ 싶었고 그 때부터 1군에 적응하고 좋은 성적을 냈다. 올해는 그때 느낌을 받고 싶다. 캠프 끝나고 들어가는 버스에서 ‘준비가 됐다’고 느끼고 싶다.
- 롯데에 언더핸드 투수가 많다. 조언을 많이 구해 오는가.
개인적인 생각으로 자기 폼은 자기가 가장 잘 안다고 본다. 투수라면 자기 장점과 단점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옆으로 던지는 선수들을 많이 보면서 많이 파악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기 것이 되고 아니면 버리면 된다.
- 그러면 정대현 선수가 참조한 선수가 있다면?
조웅천 선배님이다. 조웅천 선배님과 같은 팀에서 뛰며 많이 봤다. 싱커, 커브를 왜 못 치지 생각 많이 했다. 거기에서 나름 이유를 찾으려고 했고 내 투구 폼에 접목도 시켰다.
- 가장 마음에 드는 공을 던졌을 때가 언제인가.
2007년이 가장 좋았다. (당시 정대현은 78.1이닝 60경기 3승 2패 27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0.92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김성근 감독님 오시고 훈련도 많이 하고 공도 많이 던졌다. 초반부터 막판까지 좋은 공을 던졌다.
- 슬럼프를 극복하는 노하우가 있는가.
슬럼프가 올 때는 몸에 힘이 떨어지면서 편하게 던지려고 하다 보니 쓸데없는 동작이 생긴다. 구위가 떨어졌는데 강하게 던지려다 보니 밸런스 무너진다. 안 좋아지면 잘 쉬는 법밖에 없다. 몸에 힘이 있어야 내 투구자세나 메커니즘을 유지할 수 있다. 슬럼프가 오면 계속 운동하는 사람도 있는데, 몸에 힘 빠지면 생각하는 걸 제대로 구사하지 못 한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던질 때 기본이 있다. 뒤에도 짧게, 앞에도 짧게 던지며 감각을 잡는다.
- 롯데라는 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롯데, 첫 해 느꼈는데 가능성이 많은 팀이다. 충분히 자격도 있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포인트에서 흔들리면 쉽게 무너지는데 이제는 선수 개개인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기 포지션에서 할 일을 최고로 해 준다면 좋을 것 같다. 
- 올해 목표가 있다면.
작년에 너무 아픈 기억이 있어서 내 공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에 타자들에게 많이 빚을 졌으니 올해는 갚아 줘야지 하는 생각은 있다. 올해는 내 공을 던지고 싶다. 또 마운드에서 집중해서 던지고 싶다. 공을 하나를 던져도 상황을 생각하고 던져야 한다. 작년에는 (10점 만점에) 5만큼 밖에 생각 못 하고 던졌다. 올해는 준비된 상황에서 9~10을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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