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38, 시카고 컵스)의 목표는 명확하다. 다시 빅리그 마운드를 올라 ‘미스터 제로’의 모습을 증명하는 것이다.
준비는 순조롭다. 최근 불펜투구와 라이브피칭 결과도 좋다. 자신감도 넘친다. 임창용은 올해 첫 실전등판인 청백전을 하루 앞두고 “컵스 불펜진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료 투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만큼, 이들의 투구를 직접 보고 있다. 올라갈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 상대해본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대해서도 “안타 6개 맞았는데 잘 맞은 것은 1개 밖에 없었다. 안타라고 해도 빗맞은 게 대부분이었다”며 “사실 메이저리그가 어떻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경기를 뛰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가 상대해본 타자만 보면 세인트루이스 타선 외에는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앤드류 맥커친이 친 안타도 빗맞았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임창용은 “문제가 있다면 볼넷이었는데 볼이 많았다. 볼넷만 8개였을 것이다. 결과가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며 제구력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사실 2013시즌 임창용의 투구 내용과 6경기 5이닝 평균자책점 5.40의 기록은 임창용은 물론 컵스 구단도 신경 쓰지 않는다. 임창용과 컵스 모두 지난 시즌이 재활 과정이었다는 것을 잘 안다.
컵스 슈라즈 레만 부단장은 “작년에는 맛만 봤다고 생각한다. 물론 임창용이 큰 무대를 많이 경험했지만 메이저리그는 작년이 처음이었다. 경기수도 많지 않았다. 지난 시즌의 모습만 갖고 임창용을 평가하기는 힘들다. 올해 풀 시즌을 지켜보면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문제는 임창용과 컵스 구단이 맺은 계약이다. 임창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컵스와 스플릿 계약을 체결했고, 스프링 트레이닝에는 초청선수로 참가 중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맛을 보고 2014시즌을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맞이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임창용 측과 컵스 구단 사이의 잘못된 의사소통으로 날벼락 같은 논텐더 방출 통보가 내려졌다.
임창용은 이를 두고 “작년 9월 메이저리그로 올라올 경우, 12월에 논텐더로 풀리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다시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다고 들었는데 아니더라”고 말했다.
논텐더로 방출될 경우 해당 팀과 메이저리그 계약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컵스 구단은 임창용 측에 임창용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경우, 이후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미리 전했다.
임창용 측은 작년 12월 논텐터로 풀리는 것은 인지했지만, 컵스 구단이 다시 임창용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넣을 것으로 잘 못 판단했던 것이다. 임창용은 빅리그 구단 계약과 의사소통을 명확히 하기 위해 올해부터 새로운 에이전트를 고용한 상태다.

어쨌든 임창용은 현재 마이너리거 신분이고, 그만큼 빨리 자신의 존재를 코칭스태프에 각인시켜야한다. 임창용 역시 “시범경기가 끝나는 3월 안에 승부를 보겠다”며 개막전 로스터 진입을 걸고 전력을 다할 뜻을 밝혔다.
결국 해피엔딩은 임창용이 시범경기서 호투,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채 빅리그서 개막을 맞이하는 일이다. 임창용의 스플릿 계약 내용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미국 언론은 지난해 임창용이 컵스 구단과 2년 최대 5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작년 12월 논텐더 방출 후 이번에 새로 1년 계약을 맺었는데, 연봉 규모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피엔딩이 아닐 경우, 삼성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팀을 떠나면서, 삼성은 임창용의 복귀를 머릿속에 넣어뒀다. 임창용은 지난 2008년 삼성서 임의탈퇴한 후 일본에 진출했다. 때문에 임창용에 대한 국내구단 보유권은 삼성에 있다. 임창용은 26인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고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경우를 두고는 “그 때 가봐야 알 것 같다”면서 삼성 복귀에 대해선 “삼성은 언젠가는 돌아갈 팀이긴 하다”고 이야기했다.
컵스의 2014시즌 개막전은 오는 3월 29일이다. 앞으로 한 달이면 임창용의 거취가 결정된다. 개막전 로스터서 빠져도 마이너리그에서 다시 빅리그를 노릴 수 있으나, 삼성 복귀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이 컵스에 바이아웃 비용을 해결하면, 임창용과 계약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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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사(애리조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