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가 안방극장에 긴 여운을 남기며 떠났다. 비록 ‘시청률 퀸’은 아니었지만, 마지막까지 공감 가득한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라는 기분 좋은 꼬리표는 남았다.
지난 26일 20회를 끝으로 종영한 ‘미스코리아’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엘리베이터걸 오지영(이연희 분)이 세상에 맞서는 동시에, 그를 미스코리아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남자 김형준(이선균 분)과의 사랑을 담은 드라마다.
사실 ‘미스코리아’는 지독히도 대진운이 나빴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위력에 눌려 시청률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것. 김수현, 전지현이라는 톱스타를 내세운 경쟁 드라마의 위세 때문에 시청률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망한 드라마는 아니었다.

이 드라마는 미스코리아 대회를 배경으로 했지만 저 멀리 다른 이들의 이야기와 거리가 멀었다. 경제 한파로 인해 애달픈 이들의 세상 분투기,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고등학교만 나온 엘리베이터걸 지영이 세상의 오해와 편견을 딛고 미스코리아로 성공하는 과정,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지영을 미스코리아로 만들어야 하는 형준의 험난한 세상살이, 그리고 두 사람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짠한 관계가 복합적으로 담겼다.
벼랑 끝에 내몰린 청춘들이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는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공감 가득했고,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줄 아는 형준과 지영의 사랑은 애달팠다. 1997년을 배경으로 했지만 지금 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현실 이야기는 우리들의 삶이 그대로 투영돼 안방극장을 애잔하게 했다.
두 남녀 뿐만 아니라 미스코리아를 만드는데 모든 것을 거는 마애리 원장(이미숙 분)의 자부심과 열정, 사채업자였지만 인간미 넘치는 정선생(이성민 분)의 진정성 등이 곁들어지며 무게감 가득한 로맨틱 코미디로 각인됐다. 두 남녀의 사랑과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를 담았지만 현실을 녹여냈기에 안방극장은 응답했다. 가볍게 보는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호평 속에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라는 수식어를 일찌감치 달았다.

여기에는 ‘로맨스 타운’, ‘파스타’를 집필한 서숙향 작가의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탄탄한 필력과 감성적인 연출로 여운 가득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권석장 PD의 힘이 컸다. ‘골든타임’, ‘파스타’ 등을 연출하며 이미 스타 PD로 자리매김한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도 믿고 보는 연출력을 자랑했다.
제작진과 함께 가슴에 콕콕 파고드는 배우 이선균, 이성민, 이미숙, 송선미 등의 열연이 돋보였다. 여주인공인 이연희에게 집중되는 이야기에도 막강한 내공을 가진 이 배우들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연기력 논란이 많았던 이연희는 청순미를 버리고 싼 티 나지만 사랑 할 수밖에 없는 엘리베이터걸 지영으로 완벽하게 변신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한편 ‘미스코리아’는 마지막 회에서 형준과 지영이 사랑을 쟁취하고, 지영이 자신의 뒤를 잇는 미스코리아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는 이야기로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미스코리아’ 후속으로는 주상욱, 이민정이 출연하는 ‘앙큼한 돌싱녀’가 27일 오후 10시에 1, 2회가 연속 방영된다. 이 드라마는 성공한 벤처 사업가가 돼 나타난 전(前) 남편 차정우(주상욱 분)를 다시 유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애라(이민정 분)의 발칙한 작전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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