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송일수 감독은 원칙과 기본기를 중시하는 감독이다. 원칙과 기본기를 중시한다고 말하지 않는 지도자는 없지만, 송 감독의 경우 이를 경기 외적인 것에서도 실천하고 있다. 송 감독의 많은 부분이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철학이 확고하다는 점 하나는 확실해 보인다.
송 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경기 외적인 면들 중 흥미를 끄는 것은 두산의 아침 식사 문화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두산은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할 때 복장이 자유롭다. 하지만 이 자유 속에서도 유니폼을 선택할 자유는 없다. 오히려 유니폼을 입고 아침 식사를 할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
이는 야구를 대하는 송 감독의 태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송 감독은 이에 대해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그 때부터 일을 한다는 것이다. 유니폼을 입지 않고 식사를 하게 하는 것은 공과 사를 구분하고 야구장에 있을 때 프로답게 행동하되 그렇지 않을 때는 편하게 생활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풀어 말하면 감독이나 코칭스태프가 있다고 해서 야구장이 아닌 곳에서까지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일본의 야구 문화에 익숙해 자칫 딱딱하다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취재진과도 격 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유머러스한 면도 지닌 송 감독은 선수들이 식사 시간까지 부담을 느끼는 것을 꺼린다.
이러한 송 감독의 방침을 요약하면 ‘선택과 집중’이다. 아직까지 일과 휴식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은 한국적 정서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롯데 자이언츠처럼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하루 세 끼 중 한 끼라도 편한 마음으로 먹으라는 아버지 같은 마음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송 감독은 “우연한 승리는 있어도 우연한 패배는 없다”는 말을 항상 강조해왔다. 패배로 이어지는 자그마한 요소들까지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말이다. 하루의 시작인 아침 식사를 편한 마음으로 즐기며 스트레스를 멀리 하고, 이후에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최상의 집중력을 발휘해주길 바라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생각이다. 송 감독만의 색깔을 덧입힌 두산이 이번 시즌 어떤 집중력을 보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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