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연습경기 등판 일정을 모두 마친 윤희상(29, SK)은 “아직 100% 상태는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보였다. 그만큼 현재 페이스에 만족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차분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윤희상이 오키나와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SK의 우완 에이스 자리에 입성할 태세다.
윤희상은 26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 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3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34개의 공을 던지며 최고 구속 144㎞를 기록했다. 1회에는 다소 고전하는 듯 했지만 2회부터는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제구도 뛰어났고 공격적인 승부를 펼칠 만한 구위도 가지고 있었다. 윤희상 스스로는 “아니다”라며 웃었지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쉽게 던진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현재 상태는 조금씩 올라오는 과정이다. 윤희상은 “아직 딱 ‘됐다’라는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불안한 점도 있다”라고 했다. 긴장의 끈을 놓칠 수는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팀 내에서 윤희상의 시즌 전망을 밝게 보는 것은 지난해보다 훨씬 좋은 겨울 레이스를 달렸기 때문이다. 윤희상도 “작년보다는 훨씬 낫다”라고 했다.

지난해는 플로리다 전지훈련에서 당한 불의의 부상 때문에 완주도 제대로 못했다. 연습경기에서 타구에 팔뚝을 맞았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때문에 제대로 회복도 못한 채 시즌을 맞이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마무리캠프부터 차분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1·2차 전지훈련도 무난하게 소화했고 오키나와 캠프도 좋은 성적(3경기 평균자책점 1.29) 속에 마무리했다.
지난해 후반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윤희상은 지난해 후반기 11경기에서 73⅓이닝을 던지며 5승2패 평균자책점 2.82로 좋은 성적을 냈다. 막판 경기에서는 역투를 이어갔다. 시즌 일정이 더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그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두 자릿수 승수 복귀는 물론 내심 2012년 성적(10승9패 평균자책점 3.36)을 뛰어 넘는 생애 최고 기록도 무리는 아니다.
어느덧 풀타임 선발 3년차를 맞이하는 만큼 여유도 생겼다. 윤희상은 “지난해 후반기 성적을 이어가면 좋겠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겠느냐”라면서 “그렇게 안 되더라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겠다. ‘중반부터 잘 되겠지’라고 마음을 편히 먹고 시즌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말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시즌을 멀리 보는 시각까지 갖추겠다는 의미다. 이닝소화 등에서 남다른 책임감을 가진 윤희상이 좋은 구위와 함께 장기적 시선까지 추가했다. 생각나는 단어는 ‘에이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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