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으로는 평창까지 뛰고 싶다. 실력이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다면 평창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싶다."
이승훈(26, 대한항공)의 이미 시선은 평창을 향하고 있었다. 이승훈은 27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95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일반부 5000m 경기에 출전, 6분35초92의 기록으로 2위 고병욱(의정부시청, 6분36초80)을 0.88초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 24일 막을 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 남자 5000m와 10000m, 팀 추월까지 뛴 후 25일 귀국한 이승훈은 하루를 쉰 후 동계체전에 출전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장거리 간판다운 실력을 보였다. 초반 31~32초대에서 중후반으로 들어올수록 기록을 단축시킨 이승훈은 4600m 구간을 30초72, 마지막 5000m 구간을 30초08로 통과하는 압도적 기량을 과시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승훈은 "팀 추월 경기가 끝난 후 훈련을 안했다. 그래서 그런지 피곤하다. 며칠 안탔더니 스케이트 타는 방법도 까먹은 것 같다"면서도 "기록은 그럭저럭 나온 것 같다"며 웃었다. 올림픽이 끝난 후 곧바로 동계체전에 참가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쉬고 싶은데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 경기다. 마치고 푹 쉬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500m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이상화(25, 서울시청)와 모태범(25, 대한항공)은 모두 레이스를 기권했다. 이승훈은 "직전 대회가 올림픽이었기 때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선수들이 많이 지친 듯 하다. (일정 문제는)선수는 대회가 있으면 뛰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3월 초에 열리는 월드컵 5차대회와 중순에 열리는 월드컵 파이널에 모두 참가하지 않는다.
소치는 이승훈에게 있어 절반의 성공이었다. 의욕적으로 나선 5000m에서는 12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른 누구보다 이승훈 자신이 납득하기 어려운 성적표였다. 하지만 팀 추월에서는 한국 빙속 사상 첫 은메달을 따내며 선전했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첫 종목인 5000m와 마지막 종목인 팀 추월을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5000m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충격적인 성적이 나왔다.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은 이승훈은 "4년 동안 준비 더 잘해야할 것 같다"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이승훈은 평창을 자신의 마지막 무대로 생각하고 있다. 이승훈은 "지금 생각으로는 평창까지 뛰고 싶다. 실력이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다면 평창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싶다"며 4년 후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빙판의 기적'을 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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