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뛰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정현은 요추 횡돌기 골절상을 당하는 바람에 조기 귀국하는 아픔을 겪었다.
정현은 지난달 괌 1차 캠프 때 박스 점프 운동을 하다가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이틀간 침대에서 꼼짝 않고 누워 지냈다. 운동 선수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기에 통증을 참고 견뎌보려고 했다. 도무지 버티기 힘겨워 결국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27일 오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정현은 "답답해죽겠다. 고등학교 다닐때 왼쪽 다리를 다쳐 깁스한 걸 제외하면 이렇게 오래 쉰 적이 없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뛰고 싶지만 트레이너의 만류 속에 한숨만 내뱉을 뿐.
선한 외모와는 달리 승부 근성 만큼은 둘째 가라면 서러운 정현이다. "몸이 축 늘어지는 게 정말 싫다"는 게 그의 말. "고교 시절 야간 훈련 때 남들이 스윙 500개씩 한다고 하면 나는 1000개 이상 했었다. 그렇게 해야만 성에 찼다".
그래서 일까. 정현은 재활군 선수들과 함께 보강 훈련 및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면 뭔지 모를 아쉬움이 든단다. 혼자서 몰래 운동하다가 트레이너에게 혼쭐이 나기도 한다. 그는 "쉬는 게 적응이 안된다"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지난해 1군 무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정현은 겨우내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의 개인 트레이너로 잘 알려진 오창훈 세진헬스 대표로부터 1대1 지도를 받기도.
단내가 날 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던 그는 "몸상태가 정말 좋았는데 다치게 돼 정말 아쉽다"면서도 "그동안 마음이 급했다. 어쩌면 시즌을 앞두고 제대로 액땜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받아 들였다. 내달 10일 전후에 방망이를 다시 잡을 듯.
정현은 지난해보다 1군 출장 기회가 더욱 늘어날 전망.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대개 나이가 어릴수록 기회가 많다고 하시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나이가 많다고 기회가 적다면 기회 자체가 정해진 것 아닌가. 나는 나이가 적어도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면 안된다".
"역시 안 아픈 게 최고"라는 정현은 "부상이라는 게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경기 도중 다친 것도 아니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다치는 건 순전히 내 탓이다. 하루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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