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차없이 '웃프다'(웃기고 슬프다). 서로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한 채 이혼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부부는 각기 다른 이유로 서로에 대한 상처를 갖고 있었고, 이는 충분히 공감할 만했다.
27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 ‘앙큼한 돌싱녀’(극본 이하나 최수영 연출 고동선 정대윤)는 발랄하고 유쾌한 '돌싱' 로맨스였다. 무엇보다 고동선 PD 특유의 발랄한 연출과 망가짐을 불사한 이민정, 주상욱 두 배우의 유쾌한 코미디 연기가 백미.
이날 방송은 고시촌의 국밥집 딸 나애라가 어리바리해 보이는 고시 준비생 차정우(주상욱 분)를 꼬시는(?) 장면에서 시작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편을 만나 현모양처가 되는 게 꿈이었던 나애라는 고시생 차정우를 기다렸고, 차정우가 고시에 붙자 곧 결혼을 해 꿈에 그리던 신혼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나 이도 잠시, 나애라에게는 불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무원으로 잘 살던 남편이 사업을 하겠다며 회사를 때려치운 것. 나애라는 계속해서 사업에 실패하는 남편 차정우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 고깃집 불판 갈기 아르바이트와 보험 설계사 일, 의류 판매직까지 전전하며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고된 노동으로 아이를 유산하기까지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을 했고, 서로에게 씁쓸한 기억만을 남기게 됐다.
몇년이 흐른 후 차정우는 벤처 기업의 대표로 성공하게 됐다. 그는 사업에 실패하던 다시 자신을 홀대하던 전 부인 나애라에 대한 악몽같은 기억을 갖고 이를 악 물고 성공을 위해 내달려온 상황. 차정우는 나애라를 떠올리며 분노했다. 상처가 심해 어리바리했던 모습은 어디가고 여자들을 향해 차갑기만 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은 눈길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주상욱과 이민정은 각기 자신들이 갖고 있던 기존의 이미지를 기가 막히게 재활용해 코미디의 요소로 사용했다. 과장된 캐릭터들과 빠른 전개, 유쾌한 연출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며 앞으로의 내용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한편 ‘앙큼한 돌싱녀’는 성공한 벤처 사업가가 되어 나타난 전(前) 남편 차정우(주상욱 분)를 다시 유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애라(이민정 분)의 발칙한 작전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내조의 여왕’을 연출한 고동선 PD와 MBC 극본 공모에 당선되며 통통 튀는 필력을 인정받은 신인 이하나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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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큼한 돌싱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