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함 속 진지함, 두 얼굴의 칸투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2.28 06: 05

유쾌한 멕시칸 거포 호르헤 칸투(32, 두산 베어스)의 아시아야구 적응기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한다.
팀의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 중인 칸투는 스프링캠프 기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첫 안타도 지난 24일 히로시마 도요 카프 2군과의 경기에서 나왔을 정도였고, 두산 관계자들도 “빨리 칸투의 한 방이 나와야 할 텐데…”라고 말하곤 했다.
두산의 기다림은 27일에 결실을 맺었다. 칸투는 27일 미야자키 선마린구장에서 있었던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투런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정식경기에서 터뜨린 첫 홈런이자 멀티히트였다.

칸투의 홈런은 메이저리거 출신답게 힘찼다. 8회초 팀이 3-2로 앞선 1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선 칸투는 상대 좌완 고이시 히로다카의 공을 밀어쳐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10m 수준의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칸투의 활약이 더해지며 두산은 세이부에 10-3으로 대승을 거뒀다.
칸투는 경기 직후 첫 홈런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에 “아시아에서의 첫 홈런이다. 비디오를 보면서 적응을 하고 타석에서 향상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간 성적이 좋지 않아 조급하지는 않았냐고 묻자 “그저 스프링 트레이닝일 뿐이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 문제점을 찾으려고만 했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칸투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견이 팽팽하다. 루크 스캇(SK)과 함께 이번 시즌 가장 기대를 모으는 외국인 타자라는 평이 있지만, 반대로 전성기를 한참 지난 선수라는 평가 역시 피할 수 없다. 칸투가 메이저리그에서 뛴 것은 지난 2011년이 마지막이다.
두산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자신에 대한 상반된 평가에 대해 칸투 본인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칸투는 “나에 대한 기대는 좋다. 한 타석 한 타석 최선을 다 하겠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생각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하나도 걱정 안 된다. 순간순간 적응해 나가겠다”고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
자신에 대한 평가만큼이나 칸투는 상반된 모습도 갖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 칸투는 쉴 새 없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건다. 하지만 팀의 간판타자인 김현수는 “칸투는 평소와 달리 야구를 할 때는 누가 먼저 말 걸기 전에는 입도 열지 않더라”며 야구를 대하는 칸투에 진지한 자세에 놀라움도 표했다.
이에 있어서는 칸투도 부정하지 않았다. 칸투는 평소와 달리 조용히 집중하며 연습에 매진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내 일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프로 선수로서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짧게 답했다. 인간 칸투는 활발하고 유쾌하지만, 야구선수 칸투의 모습에는 진지한 학구파적 자세도 묻어난다.
이 두 얼굴의 칸투는 상호작용한다. 야구선수 칸투가 자기 몫을 해내면 인간 칸투도 더욱 신이 난다. 반대로 경기장 안에서 방망이가 침묵하면 경기장 밖에서도 전과 같기는 힘들다. 앞으로 어떤 칸투가 자주 보일지는 이제 한 달 뒤면 알 수 있다. 칸투는 밝은 모습을 더 많이 보이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더욱 말없이 시즌 준비에 빠져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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