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돌 첫방] ‘앙돌’, 속도감·공감·웃음..‘내조의 여왕’ 보인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2.28 07: 17

공감 가는 두 남·녀의 속사정부터 빠른 전개가 주는 속도감, 패러디와 과장, 현실의 페이소스가 섞인 ‘웃픈’(웃기고 슬픈) 코미디까지. MBC 새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는 여러모로 MBC ‘품절 로코’ 시리즈의 원조 ‘내조의 여왕’을 떠올리게 하는 유쾌한 작품이었다.
지난 27일 오후 연속으로 방송된 '앙큼한 돌싱녀'(극본 이하나 최수영 연출 고동선 정대윤) 1,2회에서는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헤어지고 난 후 3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는 이혼한 부부 차정우(주상욱 분)와 나애라(이민정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은 고시촌의 밥집 딸 ‘퀸카’ 나애라는 어리바리해 보이는 고시 준비생 차정우를 꼬시는(?) 장면에서 시작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편을 만나 현모양처가 되는 게 꿈이었던 나애라는 고시생 차정우가 고시에 붙을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줬고, 차정우가 고시에 붙은 직후 결혼을 해 꿈에 그리던 신혼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나애라에게는 불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무원으로 잘 살던 남편이 사업을 하겠다며 회사를 때려치운 것. 나애라는 계속해서 사업에 실패하는 남편 차정우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다. 고기 집 불판 갈기 아르바이트와 보험 설계사 일, 의류 판매직까지 전전하며 갖은 고생을 했다. 고된 노동으로 인해 아이를 유산하기까지 할 정도. 결국 나애라는 빈털터리 남편 차정우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두 사람은 그렇게 남이 됐다.
몇 년이 흐른 후 차정우는 벤처 기업의 대표로 성공하게 됐다. 나애라와 이혼을 하던 날, 극적으로 투자자를 찾게 됐고 큰 성공을 이루게 된 것. 그는 사업에 실패했던 자신을 가차 없이 홀대했던 전 부인 나애라에 대한 악몽 같은 기억에 치를 떨었고, 이를 악 물고 성공을 위해 내달려 와 현재의 위치까지 가게 됐다.
3년 만에 이뤄진 두 사람의 재회는 경찰서 유치장에서 이뤄졌다. 차정우는 만취한 상태로 행인들과 시비가 붙어 유치장에 갇힌 전처 나애라를 구해주기 위해 파출소로 달려왔다. 나애라의 오랜 친구 강민영(황보라 분)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찾아온 것. 그는 나애라를 데리고 나오는 대신 "다시는 이런 일로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차갑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나애라의 마음은 달랐다. 그는 벤처 사업가로 크게 성공한 전 남편의 모습에 놀라워했고, "만나자"며 연락을 하는 그의 모습에 왠지 모를 설렘을 느꼈다. 그러나 차정우가 나애라를 자신의 사무실로 부른 이유는 위자료 때문. 그는 상당수의 위자료를 건네는 동시 "다시는 위자료를 빌미로 협박하지 않겠다고 해달라"며 각서를 요구했다.
이처럼 각자의 상황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부의 문제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망가지기를 불사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코미디를 확실히 책임졌다.
주상욱의 경우 과거 회상 장면에서 장발에 안경을 쓴 소심한 공대생으로 변신, 순수함과 어리바리함을 오가는 모습으로 귀여움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는 그가 기존 갖고 있던 ‘실장님’ 이미지를 적극 활용, 과장된 표정과 몸짓으로 ‘각’을 잡는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유발했다.
이민정은 과거의 예쁘고 상큼한 ‘로코퀸’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갔다. 예쁜 외모에도 불구 친구의 집에 얹혀살며 전 남편에게 무시당하는(?)는 설움을 이기기 위해 SBS ‘짝’을 패러디한 ‘짝꿍’에 나가는가 하면, 그곳에서 홀로 도시락을 먹고 데이트 권을 확보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폭소를 자아냈다. 나애라는 극적으로 피부과 의사와 커플이 된 후에도 병원 홍보 목적으로 나온 그로부터 50대 유부남을 소개 받는 굴욕을 겪어 안타까움을 줬다.    
 
재치있고 속도감있는 전개는 '내조의 여왕'을 연출한 고동선 PD의 영향이 컸다. 고동선PD는 장기인 코미디를 제대로 살려냈다. 더불어 개그우먼 오나미, 배우 리키김, 최은경 등 카메오들은 적절한 순간에 등장해 웃음을 줬다. 상큼한 첫 출발을 마친 '앙큼한 돌싱녀'는 수목극 판도에서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다. 때문에 같은 날 종영한 화제작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시청자 층과 겹칠 것이라는 예상이 없지 않았다. 이 작품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MBC 수목극 부진 흐름을 끊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앙큼한 돌싱녀'는 성공한 벤처 사업가가 되어 나타난 전(前) 남편 차정우(주상욱 분)를 다시 유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애라(이민정 분)의 발칙한 작전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내조의 여왕’을 연출한 고동선 PD와 MBC 극본 공모에 당선되며 통통 튀는 필력을 인정받은 신인 이하나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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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큼한 돌싱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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