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영현(33)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깊고 진한 감성과 폭발적인 고음이 그 것. 이영현은 늘 시원하게, 그러면서도 애절한 감성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노래하는 여성 보컬리스트다. 그만큼 음악 팬들에게 풍부한 감성을 전달하는 탁월한 실력을 가진 뮤지션이기도 하다.
이영현이 시린 겨울에 잘 어울리는 애절한 발라드 '너 잖아'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중독'으로 래퍼 칸토와 호흡을 맞추며 보다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이영현. 28일 정오 공개되는 '너 잖아' 역시 이영현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으로, 잔잔하면서도 웅장하게 펼쳐지는 스트링 선율과 이별의 아픔을 담은 애절한 가사가 이영현의 깊고 짙은 음색과 어우러져 감성을 자극한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OSEN과 만난 이영현은 '너 잖아'를 생각하며 언뜻 눈물을 보였다. 촉촉한 눈가로 '너 잖아'가 탄생한 배경을 조심스럽게 꺼내 놓는 그녀. 아픈 기억 때문에 노래를 만든 후 녹음할 때까지, 그리고 녹음 후에도 곡을 제대로 듣고 있지 못하다고.

"지난해 7월에 완성된 곡인데, 키우던 반려견이 사고로 죽은 후 쓴 곡이예요. 당시 정말 힘들었는데 작업실에 앉을 생각도 못하고 회상 같은 느낌으로 썼죠. 무대에서 활발하게 들려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 곡은 같은 슬픔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는 그리움을 공유하는 연결고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곡은 '중독'에 이은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영현은 총 네 개의 싱글을 내는 일종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독'과 '너 잖아'를 발표하게 됐다. 이영현의 다양한 색, 감정을 담기 위한 것으로, 이미지 또한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며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다음 곡 역시 이영현의 자작곡이 될 수도, 혹은 또 다른 시도가 될 수도 있다.
"곡을 쓸 때 상황이나 그런 것에 구애받지는 않아요. 영감을 받아서 쓰기보다 흥얼거리다가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죠. 그때 그때 느낌대로 쓰는 것 같아요. 영화도 보고요. 사실 저는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을 들으면 간지러워요. 작곡가로서의 기질보다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이 지배적이라고 생각해요."
이영현의 말처럼 그는 작곡가로서도 훌륭하지만, 보컬리스트로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많은 신곡들이 나오고 있지만 계속 듣고 싶은 노래를 하고, 음악으로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이영현의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그 음악 안에 빠지게 된다. 함께 슬프고, 혹은 기쁘고 그 풍부한 감성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성의 있게 부르든 아니든, 음악적인 소양이 있든 없든, 듣는 사람이 감동을 느낀다면 괜찮은 것 아닐까요. 저도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을 당시에 오만상을 쥐어짜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반응이 있었는데, 그런 열창이 저의 모습인 걸요. 각자만의 색깔이 필요한데, 제 색깔이 바로 그거인 거죠."

특히 이영현은 애절함이 철철 넘치는 노래에 굉장히 특화된 보컬이다. 하지만 실제 성경은 굉장히 친숙하고 유쾌한 면모가 있었다. 인터뷰 내내 옆집 언니처럼 친근하고 편안했고, 고음처럼 시원한 웃음 역시 매력적이었다.
"아무래도 감정이 잘 드러나는 곡을 잘 부르는 것 같아요. 성격 자체가 다이내믹하고 다혈질 기질도 있고, 들쑥날쑥해요. 아무래도 음악이 가수의 성격을 따라 가는 것 같아요(웃음). 음색이나 표정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발라드와 더 잘 맞는 것 아닐까요?"
그런 이영현이 지난해 인생에서 큰 변화를 맞았다. 11월 한 살 연하의 엔터테인먼트계 종사자와 결혼을 한 것. 두 사람은 이영현의 빅마마 활동 당시부터 알고 지냈으며, 1년 동안 교제 후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지금 한창 신혼의 달콤함에 빠져있을 것 같다는 말에 이영현은 호탕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결혼 전부터 늘 함께 있던 사람이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집에서도 일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요. 결혼 전에도 신랑이 계속 붙어 다녔으니까 지지고 볶고 싸우다가 맥이 풀릴 때도 있었고. 좋은 것은 다행히 신랑하고 성격이나 취미가 잘 맞아요. 둘 다 정적인 활동을 좋아해서 같이 보드게임을 하고 그래요. 최근에는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빠졌는데, 함께 볼 때마다 현실 속 도매니저인 남편을 보면서 '조매니저'를 외치죠(웃음)."
오래 알고 지낸 만큼 마음과 성격이 잘 맞는 이영현과 그의 남편. 두 사람은 알콩달콩하게, 때로는 티격태격하면서 신혼생활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2세 계획은 어떨까.
"사실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예요. 그런데 조카가 태어난 후에 바뀐 것 같아요. 조카가 너무 예쁘고, 아무래도 결혼을 하다 보니 빨리 2세를 갖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또 결혼식 때 이휘재 씨가 쌍둥이와 함께 왔었는데 정말 예쁘더라고요."
아마 2세가 생긴다면 이영현은 또 다른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한 가지에 올인하는 성격"이라고 말한 만큼 그의 음악도, 노래도 변화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이영현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은 여전히 대중 감성을 자극하는,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그냥 내 노래를 듣고 각자만의 느낌을 그대로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그 노래에 대한 추억이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그 느낌 그대로 이영현을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얼마나 좋을까요. 가수로서의 목표는 대중에게 안 잊혔으면 하는 거예요. 격식 차리는 것보다는 그냥 동네 언니, 누나 같은 이미지가 좋은데 그런 친근한 이미지로 오래 가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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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