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서 2연패 안돼!’ 임달식-위성우, 미묘한 신경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2.28 08: 54

“우리 홈에서 2연패는 안 된다!”
정규리그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여자프로농구에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선두다툼만큼 수장들의 자존심싸움도 치열하다. 신한은행은 27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벌어진 우리은행 2013-2014 여자프로농구 6라운드에서 우리은행에 75-72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2위 신한은행은 선두 우리은행에 3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이날 우리은행이 이겼다면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하지만 홈에서 우승을 내줄 수 없다는 신한은행의 자존심이 더 강했다. 김연주는 4쿼터 중요한 순간에만 3점슛 두 방을 터트리며 역전승을 주도했다. 경기 후 김연주는 “우리 홈에서 우승을 내주기 싫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양팀 수장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과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관계는 묘하다. 위 감독은 2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주원 코치와 함께 임달식 감독의 오른팔과 왼팔이었다. 위 감독은 5년 동안 신한은행 코치를 맡으며 6년 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에 일조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위 감독은 전주원 코치와 우리은행을 맡았다. 그는 ‘꼴찌’였던 우리은행을 일약 통합우승으로 이끌며 스스로 신한왕조를 무너뜨렸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신한왕조의 주역이었던 두 감독이 같은 장소에서 우승을 다투는 모양새가 됐다. 장외신경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전 임달식 감독은 “하필 (위성우 감독이) 나하고 우승 결정전을 하게 됐다. 스포츠에서 독주는 없다. 다 돌고 도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도전자고 쫓아가는 입장이다. 예전보다 마음은 더 편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위성우 감독 역시 “안산에서 우승을 하려니 기분이 묘하다. 기분이 다르다. 신한은행에서 우승을 하고 넘어왔다. 올해까지 우승하면 우승반지가 8개가 된다”며 농담을 던졌다.
두 감독은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일찍 우승을 확정짓고 싶었던 위성우 감독은 3쿼터까지 주전들을 풀로 돌렸다. 결국 4쿼터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역전패했다. 임달식 감독은 4쿼터 한 번 잡은 기회를 끝내 역전으로 연결시키는 뚝심을 발휘했다.
경기 후 양 팀 감독은 진이 빠진 모양새였다. 그만큼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다. 임달식 감독은 “선수들이 (우리은행이) 여기서 축배를 못 터트리게 하자는 마음이 컸다. 흐름을 잘 탔고 마무리를 잘했다”며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임 감독은 힘이 빠져 그대로 휴식을 취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경기장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것.
운명은 얄궂다. 두 팀은 오는 2일 춘천호반체육관에서 다시 맞붙어야 한다. 이번에는 우리은행이 홈에서 정규리그 2연패를 확정지을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시 신한은행에게 발목을 잡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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