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마운드에 큰 기둥이 두 개 섰다. 그간 공식적인 보직이 미정이었던 김광현(26)과 박희수(31)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기둥이 선 만큼 이제 나머지 부분에 색칠을 하는 작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만수 SK 감독은 27일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가 끝난 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마운드 보직에 대한 구상을 드러냈다. 요약하며 원래대로다. ‘마무리 기용설’이 있었던 김광현은 선발진에 남는다. 지난해 마무리였던 박희수도 원래 위치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이 감독은 ‘김광현 마무리’ 논란이 박희수의 몸 상태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김광현의 마무리 전환설이 나왔던 것은 박희수의 부상 우려와 컨디션 저하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박희수가 건강하고 베스트의 몸 상태였으면 처음부터 나올 수 없는 이야기였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박희수가 오키나와에서 가진 두 차례의 연습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보이자 굳이 마운드 보직에 손을 댈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어쨌든 김광현은 선발, 박희수는 마무리로 확정됨에 따라 마운드의 큰 그림이 그려졌다. 이제는 나머지 부분을 확정짓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기둥만 섰을 뿐 아직 세부적인 그림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는 SK 마운드다. 모든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는 만큼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는 것을 선수들 스스로가 느끼고 있다. 조웅천 투수코치는 “12명 엔트리를 놓고 고민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선발진은 김광현과 윤희상, 그리고 두 명의 외국인 선수(로스 울프, 조조 레이예스)까지는 확정이 됐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세 선수가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5선발이었던 백인식,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채병룡, 장기적인 시선에서 이 감독이 기회를 주고 있는 여건욱이다. 이 경쟁에서 탈락하는 선수들은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이 감독은 선발 탈락 선수들의 불펜 활용 방안에 대해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다.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불펜은 마무리 박희수, 지난해 셋업맨 몫을 했던 박정배, 왼손 자원인 진해수까지는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보직은 아직 미정이다. 옆구리 유형에서는 임경완과 박민호가 경쟁 중이고 상대적으로 풍부한 우완 정통파 요원으로는 윤길현 전유수 이재영 이창욱 윤석주 제춘모 신윤호 등이 남은 자리를 따내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1군 엔트리에 드는 인원보다 탈락하는 인원이 더 많은 구조다.
부상으로 선수들의 시즌 출발이 늦었던 지난해보다는 훨씬 나은 환경임에는 분명하다.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2군에서 출발하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언제든지 1군 선수들을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인 캠프이기도 했다. 예비자원이 풍부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마운드 전쟁은 오키나와 캠프 잔여경기는 물론 시범경기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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