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사남일녀’ 김구라, 된통 당하니 야외예능도 된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3.01 08: 03

어디서든 기죽지 않고 독설을 내뿜던 방송인 김구라가 확 달라졌다. 야외 예능프로그램인 ‘사남일녀’에서 유독 큰 목소리를 못내는 다소 부족한 모습으로 예능인으로서의 변신에 성공했다. 못한다고 구박을 당하는 김구라의 딱한 처지가 MBC 예능프로그램 ‘사남일녀’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의외의 발견이 되고 있다.
김구라는 현재 ‘사남일녀’에서 김민종, 서장훈, 김재원, 이하늬와 함께 가상 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시골에 있는 시청자들과 가상 가족을 이루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구성. 그동안 유독 야외 예능프로그램에서 적응하지 못했던 김구라가 절치부심하며 선택한 프로그램이다.
김구라는 SBS ‘라인업’을 시작으로 MBC ‘일밤-뜨거운 형제들’ 등 출연하는 야외 리얼 예능프로그램마다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신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 JTBC ‘썰전’ 등 입담을 내세우는 스튜디오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승승장구했다. 김구라는 날카로운 분석력과 촌철살인 입담을 바탕으로 스튜디오 예능프로그램에서 강점을 드러낸 경향이 컸다.

때문에 ‘김구라는 야외 예능프로그램은 안 된다’는 고정관념 속에 ‘사남일녀’가 출발했다. 김구라의 야외 예능프로그램 성공작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방송 세 달여가 된 지금, 이 프로그램에서 김구라는 일명 빵빵 터지는 웃음을 안기진 않는다. 그런데 이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초반 예능감이 없는 다른 멤버들의 모습을 보며 답답해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재미를 위해 일부러 구박 덩어리가 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렇다고 그가 설정하는 티가 나는 것은 아니다.
김구라는 이 프로그램에서 예능 전문가로서 뭔가 나서서 하지 않는다. 덕분에 입으로 말하는 것 외에는 몸을 쓰는 일이 많은 야외에서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야외 무능인’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가상부모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고 맏형으로서 소통하려는 의지는 강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언제나 구박 당할 일이 많은 것.
지난 달 28일 방송을 보면 가상 아버지 윤점방오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촬영에서 어설픈 연기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촬영의 주도권은 연출을 맡은 김재원과 코믹 댄스를 보여준 이하늬, 과감하게 바닷물에 입수한 김민종에게 돌아갔는데 김구라는 뒤에서 묵묵히 다른 멤버들의 튀는 행동을 받쳐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된통 당하기만 하는 상황도 계속되며 웃음을 안겼다. 이날 김구라는 1300년 된 사찰 보리암에서 소원을 빌기 위해 동전을 암자에 붙이려다가 실패했다. 그는 짐짓 당황했는지 “왜 내 것은 안 붙어”라고 투덜거렸다. 그러다가 이미 붙어있던 동전이 떨어지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이하늬는 “왜 그래 오빠. 여기 다 떨어졌다”라고 지적했고 정은지 역시 “(동전 놓은 사람들이) 방송 보다가 놀라는 것 아니냐”고 놀려댔다.
한참이나 어린 동생들에게 애정 가득한 콩쥐 취급을 당하는 것. 이처럼 김구라는 ‘사남일녀’에서 위엄 가득한 맏형이 아닌 동생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일쑤다. 여기에는 몸을 쓰는 거의 모든 일에 재주를 보이지 않는 그의 의외의 단점이 재미를 살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워낙 강한 입담을 가지고 있는 그가 말하는 것 외에는 대부분의 가상 가족 생활에서 당하는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은 웃음이 터지게 한다. 힘을 빼고 다른 멤버들의 웃음 형성을 도와주거나, 아니면 구박 덩어리 콘셉트로 뒤로 물러난 김구라를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동시에 야외 예능프로그램도 가능하게 된 방송인 김구라의 성장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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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남일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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