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야구를 기록하는 시각장애인 정민호 씨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4.03.02 06: 30

지난달 27일부터 건국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KBO 기록강습회. 사흘 동안 열리는 강습회를 가득 메우고 있는 300여 명의 수강생들 가운데 시각장애인 정민호(39) 씨가 있다.
정민호 씨는 몇 년 전부터 기록강습회 수강을 희망하다가 더 늦기 전에 듣자 싶어 올해 기록강습회 수강을 신청했다고 했다. 부산에서 특수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정 씨는 서울로 올라오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강습회를 찾았다. 시각자료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부인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불편 없이 강의를 듣고 있다.
수업 도중 잠시 틈을 내 만난 정 씨는 "사실 기록을 하겠다는 큰 욕심이 있어서 등록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야구 기록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기록을 하면서 야구를 본다는 것은 어렵다. 정 씨는 "다만 야구를 더 전문적으로 접하고 싶어 신청했다. 만약 받아주신다면 심판학교도 등록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정 씨에게 야구란 '삶'이다. 어렸을 때부터 방송 중계를 통해 야구를 '듣기' 시작했다. "야구가 있었기에 그동안의 힘들었던 삶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것이 정 씨의 말이다. 부산에 살고 있지만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이었다. "너무 못해서 응원하게 됐다. 그들이 잘 하는 날이 오면 내 삶도 좀 피지 않을까 싶었다"는 말에서 왜 야구가 인생에 비유되는지가 느껴졌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도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28). 박병호가 지난해 터뜨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 9회말 2아웃의 동점 스리런이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라고 했다. 정 씨는 "스토리가 있는 선수가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지 않나. 그런 선수들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들은 스포츠를 즐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금물. 시각장애인 아나운서 이창훈 씨는 2012년 잠실 마운드에서 시구를 했고 그해 서울에서는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 야구팀이 탄생했다. 신체적 한계를 딛고 야구 기록을 공부하는 정민호 씨 역시 야구를 더 잘 즐기고 싶은 야구팬으로서 즐겁게 공부를 하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노력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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