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좌완 앤디 밴 헤켄(35)은 저평가를 넘어 무(無)평가인 투수 중 한 명이다.
2012년 넥센 유니폼을 입은 밴 헤켄은 첫 해 11승8패 평균자책점 3.28을 기록했다. 밴 헤켄은 그해 시범경기까지 크게 부진해 코칭스태프의 우려를 샀으나 시즌이 더해질 수록 구위가 안정돼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는 초반부터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12승10패 평균자책점 3.73을 기록했다.
밴 헤켄은 너무 조용해서 덕아웃에서도 있는지 모를 성격인 데다 야구계에서도 평가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투수다. 강력한 파이어볼러형도 아니고 탈삼진쇼를 펼치는 투수도 아니라 꾸준히 퀄리티 스타트를 쌓는 타입이기 때문. 한국 무대에서 2년 내내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했지만 외국인 에이스를 꼽을 때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밴 헤켄은 지난해 같은 팀 1선발인 브랜든 나이트(12승10패 4.43)보다도 오히려 1차례 많은 16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이어받았다. 팀이 막판 스퍼트를 높이던 9월에는 4승무패 평균자책점 0.35를 기록, 팀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밴 헤켄은 2012년 윈터리그에서 뛰다가 오면서 피로가 누적돼 시즌 초반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넥센은 지난해와 올해 일찍이 재계약을 하면서 밴 헤켄에게 쉴 것을 주문했다. 올 시즌 푹 쉰 밴 헤켄은 일찍 몸을 만들어왔다. 염경엽 감독이 지난해 말 주문했던 슬라이더, 커브도 깔끔하게 갈고 닦았다.
밴 헤켄은 지난해 2년차를 넘기며 한국 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3년차가 되는 올해 그의 활약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큰 키에서 나오는 낙차 큰 변화구는 노림수가 좋은 국내 타자들도 쉽게 치기 힘들다. 밴 헤켄이 올해 마운드를 무난히 지킨다면 넥센은 더욱 강력해진 타선에 안정적인 마운드까지 운용할 수 있다.
나이트는 2012년 최고의 시즌을 보낸 뒤 "밴 헤켄도 잘 했는데 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하며 밴 헤켄을 챙겼다. 밴 헤켄이 쏠쏠한 활약을 하면서도 언론에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셈. 나이트와 함께 인성 면에서도 최고의 듀오로 꼽히는 밴 헤켄의 한국 무대 공략을 올해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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