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도 예쁜 박승희, "내 경기보다 동생 경기가 더 떨려요"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3.01 07: 49

"내 경기보다 동생 경기가 더 떨려요.", "인기요?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소치 동계올림픽 2관왕 박승희(22, 화성시청)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치솟은 인기엔 겸손의 미덕을 보였고, 자신의 경기보단 동생의 경기가 더 가슴 졸인다며 남다른 가족애도 보였다.
박승희는 소치 대회 기간 내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어여쁜 외모에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이한빈의 여자친구로 알려지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불굴의 '오뚝이 동메달' 스토리로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고, 기어코 2관왕을 차지하며 영웅으로 떠올랐다.

박승희의 소치 동계올림픽 출발은 좋지 않았다.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전서 가장 앞서 달리다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와 엉켜 넘어지는 등 두 차례 고꾸라졌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기어코 동메달을 따내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박승희는 이후 1000m와 3000m 계주서 잇따라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을 풀었다.
박승희의 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진한 감동과 여운은 그녀의 인기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박승희는 지난달 28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제95회 동계체전 쇼트트랙 일반부 여자 500m 결승전서 43초929의 대회신기록(종전 2011년, 전다혜 45초270)을 세우며 전지수(강릉시청, 44초060)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빙상장에는 이례적으로 수많은 팬들이 몰렸다. 그들의 시선을 빼앗은 이는 단연 박승희다. 팬 서비스도 올림픽 2관왕다웠다.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박승희는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과 사진 촬영에 응해주며 교감을 나눴다.
박승희는 "(인기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날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밖에 돌아다닌 적이 없다"고 고개를 숙인 뒤 "아직 실감이 나진 않는다"고 덤덤히 말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이 큰 대회고 체전이 국내대회라고 해서 다르진 않다"면서 "아무리 작은 대회라도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기에 연연하기보다는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뜻이었다.
가족애도 남달랐다. 자신보단 혈육을 챙겼다. 박승희는 이날 동생 박세영(단국대, 남자 대학부 500m 금메달)과 함께 정상에 올라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올림픽서는 박승희가 금메달 2개를 비롯해 동메달 1개를 목에 건 반면 동생 박세영은 메달과 연을 맺지 못했다. 박승희는 "내 경기보다 동생 경기가 더 떨린다. 결승은 못봤는데 잘 탔더라"면서 "동생이 만족할 것 같다. 올림픽은 아니지만 함께 1등을 해서 기분은 좋다"고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귀국 후 사흘 만에 빙판 위에 섰던 박승희는 결국 체력 방전으로 3000m 계주와 1000m 기권을 선언했다. 올림픽 여왕의 금빛 질주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울법한 일이지만 이날 보여준 퍼포먼스만으로도 만족감을 주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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