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수, SK 불펜의 소중한 붙박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01 12: 23

모두가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 될 수는 없다. 전유수(28, SK)도 그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현실에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이라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누구보다 진지한 선수가 전유수다.
전유수는 지난해 SK 불펜의 숨은 공신이었다. 사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2승2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4.37의 성적을 냈다. 필승조라는 보직과도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공헌도는 높았다. 주로 추격조로 활약하며 54경기에 나갔다. SK 불펜 투수 중 개막전부터 시즌 마지막까지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는 전유수 뿐이다. 불펜의 한 자리에는 항상 전유수가 앉아 있었다.
같은 경기에 나가더라도 필승조와 추격조는 다르다. 필승조는 자신이 나가야 할 상황이 거의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그러나 추격조에게 이런 상황은 그림의 떡이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3회에도 나가야 하는 것이 추격조다. 실컷 몸을 풀었는데 상황에 따라 등판 기회가 사라지기도 한다. 전유수는 “준비를 했는데 등판을 못하면 힘이 빠진다”라고 씩 웃었다. 그렇다고 마음 편히 던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이 버텨야 역전의 가능성이 생긴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잘 드러나지 않는 고충이지만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러나 전유수는 1년 동안 그런 생활을 버텼다. 그 결과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2012년까지 프로 통산 출전 기록이 43경기에 불과했던 전유수는 지난 한 해에만 이를 뛰어넘은 54경기에 던졌다. 이런 경험에서 얻은 것이 많다고 했다. 전유수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1년을 버티다보니 경험이 쌓였다. 아픈 곳이 없어서 가능했다. 특별히 아파본 적도 없다”고 담담히 돌아봤다.
필승조 합류에 대한 욕심이 날 법도 하다. 전유수도 그런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유수는 “보직이 어떻든 내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보직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처럼 꾸준히 1군에서 활약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전유수는 “올해는 지난해 이상 등판이 목표다. 중간 투수라면 한 시즌을 다 뛸 경우 50경기 정도는 뛰게 되어 있다”고 자신의 목표를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전유수는 “지난해 후반기에 계속 맞아나가더라. 구속은 큰 차이가 없는데 결국 공에 힘이 없었던 것이다”라고 되돌아보며 “올해는 구속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일정한 제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전유수가 올 시즌 작지만 큰 존재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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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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