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아빠로… 박정배의 마지막 꿈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01 12: 23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이제 유치원에 갔는데 아빠 직업을 묻는 질문에 ‘야구선수’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 이름도 말하면서요”
박정배(32, SK)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기나긴 전지훈련 기간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딸의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이 환해졌다. 박정배는 “이제 둘째도 뛰기 시작한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을 생각하는 것은 아빠의 당연한 심정이지만 박정배에게는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두 아이는 박정배가 계속 야구 인생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자 전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정배는 지난 2년간 SK의 필승요원으로 맹활약했다. 이제 박정배가 없는 SK의 불펜은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부상으로 은퇴 기로에 몰렸던 선수의 ‘인생역전’이다. 올해 전망도 밝다. 부상으로 사실상 지난해 전반기를 날린 박정배였지만 올해는 몸 상태에 그다지 큰 문제가 없다. 박정배는 “몸이 약간 늦게 올라왔는데 운동을 열심히 해서 이제는 정상 상태로 올라왔다. 시즌에 맞추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확실히 자리를 잡은 박정배다. 마무리 박희수 앞에 나서 1이닝을 막는 필승 셋업맨 임무의 적임자다. 하지만 박정배의 꿈은 평범하다. “무조건 잘 해야겠다”라는 생각보다는 오랜 기간 아프지 않고 뛰는 것이 목표다. 박정배는 “아파보니 알겠더라. 건강이 최고다. 구체적인 성적을 말하기보다는 아프지 않고 던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구종 추가와 같은 변화보다는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가진 능력을 모두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오래 던지는 것이 목표인 것은 아이들과도 연관이 있다. 첫째는 이미 아빠가 많은 팬들의 성원을 받는 야구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유치원에서 당당히 아빠를 자랑했다는 것에 박정배는 흐뭇하기만 하다. 박정배는 “첫째를 야구장에 잠깐 데려와서 같이 놀았는데 잔디가 있고 탁 트여있다보니 아주 좋아하더라”라면서 “둘째도 이제 뛰기 시작하니 그럴 것 같다”고 웃었다. 박정배는 이렇게 아이들이 오랜 기간 아빠를 자랑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박정배는 “첫째가 얼마 있으면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나. 친구들과 같이 야구장에 올 때, 딸이 아빠를 자랑할 수 있도록 그때까지는 야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몸 관리, 그리고 좋은 투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박정배다. 자신보다는 팀의 승리와 아이들의 자부심. 박정배가 두 가지 동기부여를 가슴에 품고 올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skullboy@osen.co.kr
SK 와이번스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