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2년차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30)가 연습경기에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레이예스는 여유가 있다. 아직은 모든 것을 점검하는 단계라 별다른 의미는 없다는 설명이다.
레이예스는 28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성적은 좋지 않았다. 3이닝 동안 6개의 안타를 맞으며 5실점했다. 3회에는 야수들도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연속타를 맞으며 4점을 내주는 등 전반적인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성적을 보면 올해 불안감이 있을 수도 있다. 레이예스는 지난해 좋았던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고전한 끝에 30경기에서 8승13패 평균자책점 4.84에 그쳤다. 기대보다는 떨어지는 성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습경기 내용이 썩 좋지 않으니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레이예스는 여유가 있다. 연습경기 성적에 그다지 큰 의미도 두지 않는다.

레이예스가 생각하는 지난해 부진 이유는 ‘오버페이스’다. 레이예스는 지난해 전지훈련부터 150㎞의 강속구를 던졌다. 아무래도 첫 시즌이다보니 강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결국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지며 고전했다. 마라톤으로 치면 10㎞ 랩타임에 너무 큰 신경을 쓴 나머지 42.195㎞를 전반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흐릿해진 셈이다.
이에 깨달음을 얻은 레이예스는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레이예스는 SK 투수 중 플로리다 1차 캠프에서 가장 먼저 불펜투구를 했다. 하지만 플로리다 자체 홍백전에는 등판하지 않았다. 몸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스스로가 “오키나와부터 던지겠다”라며 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즌 초반이 아닌, 한 시즌을 바라보고 계획을 짜고 있는 것이다.
실제 LG전에서 레이예스의 최고 구속은 141~142㎞ 정도에 그쳤다. 레이예스가 이번 오키나와 캠프에서 가장 좋은 공을 던졌던 것은 16일 요미우리와의 경기였다. SK의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그 경기만 150㎞를 던졌다. 나머지 경기는 살살 던지고 있다”라고 했다. 오히려 지금은 페이스를 떨어뜨리는 단계라는 게 레이예스의 설명이다. 레이예스는 경기 후 “여러 가지를 시험하면서 던졌다”라고 했다.
조웅천 투수코치도 이날 경기 중 마운드 위에 올라가 “괜찮다.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고 내려오라”라고 격려했다. 레이예스의 계획을 알고 있는 조 코치로서는 계속된 피안타에 행여 무리라도 할까봐 다독거린 것이었다. 지난해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레이예스가 정반대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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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