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오는 당연히 이기는 것이죠."
친정팀과 정규리그 우승을 다투는 마지막 '빅 매치'를 앞둔 여오현(36, 현대캐피탈)은 씩 웃었다.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2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남자부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0, 25-15, 18-25, 25-2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4연승을 질주한 현대캐피탈은 20승 7패(승점 58)를 기록, 선두 삼성화재(승점 59)에 다시 승점 1점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누가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손에 넣는가를 두고 삼성화재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치고 있는 현대캐피탈은 이날 승리로 추격의 기회를 얻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만난 여오현은 친정팀인 삼성화재 맞대결을 앞두고 임하는 각오를 묻는 질문에 여상스럽게 "각오는 당연히 이기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적 후 벌써 다섯 번(컵대회 포함)이나 만났지만 이번 맞대결은 의미가 남다르다. 정규리그 우승을 두고 펼치는 '승점 6점짜리' 경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오현은 상대가 누군지에 신경쓰기보다 해야할 것을 해야한다는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여유를 보였다.
"우리가 우리 것을 얼마나 하느냐가 관건이다. (상대가)어느 팀이든 우리 것을 다해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이은 여오현은 "(삼성화재뿐만 아니라)어느 팀이든 5라운드 거치며 다섯 번 경기를 했기 때문에 다 안다. 하지만 알면서도 속는게 배구다. 그날따라 집중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가 승리의 관건"이라며 집중력을 강조했다.
이날도 현대캐피탈은 2세트를 손쉽게 이긴 후 집중력이 떨어져 대한항공에 3세트를 내줬다. 김호철 감독도 "1, 2세트 이기고 밀어붙여서 이기지 못하는 것은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이 부분을 보완해야한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여오현도 "그런 부분을 선수들이 완성해야한다"고 김 감독의 말을 뒷받침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그이기에,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삼성화재와 맞대결을 앞두고 따로 물어보거나 하는 것은 없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그러나 여오현은 "미팅할 때 등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며 "기술적인 부분은 다 알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려고 노력한다. 나와 동규가 얼마나 뒤에서 리시브를 해주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그저 씨익 웃었다.
"우리팀은 색깔이 블로킹이 먼저 되면 자동으로 뒤에서 수비도 되고 그런다. 블로킹이 한두 개 잡혀야 분위기가 올라오는 것 같다"고 설명한 여오현은 "(윤)봉우와 (최)민호가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팀의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는 것 같다"며 4연승을 달리는 팀의 컨디션에 만족을 표했다. 사실상 정규리그 결승전이 될 친정팀과의 맞대결을 앞두고도 베테랑답게 차분하고 담담한 여오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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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