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가 안됐다' 김응룡의 강한 일침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03 05: 59

“나도 연봉 받잖아. 임무를 다하기 위해 이불을 두 장씩 덮고 자고 있지”
김응룡(73) 한화 감독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건강은 어떠시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이 웃음 속에서는 뼈가 있었다.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강한 질책이었다. 프로선수로서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선수들은 전력 구상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최근 한화 선수단에는 감기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이 몇몇 있다. 40일 넘게 전지훈련이 이어지다보니 아무래도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이다. 여기에 다소 변덕스러운 오키나와 날씨도 문제다. 낮에는 반팔을 입고 다녀야 할 정도로 햇살이 뜨겁지만 비가 자주 내리는 아침·저녁으로는 약간 쌀쌀하다.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질 시점이 된 선수들이 감기에 노출되는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한화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화도 구단 차원에서 가글, 손 소독을 권장하는 등 예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래도 전염성이 강한 감기를 모두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은 감기를 선수들의 준비 부족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할아버지, 할머니도 안 걸리는 감기인데 프로선수가 감기에 고생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자세가 안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표정을 싹 고쳤다.
프로선수들은 연봉을 받는다. 모든 사업장처럼 그에 대한 근로의 의무가 있다. 최선의 상태에서 그라운드에 나갈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김 감독도 이를 지적한 것이다. 김 감독은 “연습경기라고 하더라도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와 같은 스타 선수들은 한 경기를 모두 뛸 만한 준비를 하고 온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1~2타석 정도 뛰면 아프다고 한다. 슬라이딩도 팍팍 해야 안 다친다. 몸을 사리면 좋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이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기본의 문제를 강조하는 김 감독이다. 마음가짐의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일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하위권에 처졌던 한화였기에 더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2일 고친다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SK와의 연습경기가 비로 취소된 뒤 김 감독은 “시즌 중에는 비가 올 때도 경기를 하지 않나. 그것에 대비해서 연습 삼아 비 맞으며 경기를 하자고”라며 농담을 던졌다. 농담이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를 원하는 김 감독의 생각이 웃음 하나 하나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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