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생각하는 훈련, 캠프 지형도 바꾼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03 06: 00

수동적으로 정해진 일정에 맞춰 훈련만 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전지훈련 풍속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좀 더 능동적인 훈련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LG는 그 선두주자 중 하나다. 지도자들이 항상 강조하는 ‘생각하는 야구’가 훈련에서도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평가다.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마친 뒤 오키나와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 LG의 훈련 분위기는 말 그대로 최상이다. 선수단 내부에서도 “훈련 분위기는 우리가 최고일 것”이라는 자신감이 새어 나올 정도다. 40일이 넘는 힘든 훈련 속에서도 훈련장 여기저기에서 웃음꽃이 피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적당한 긴장과 이완이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송구홍 운영팀장은 “훈련 때는 표정이 좋아야 하는데 올해가 그렇다”고 웃었다.
베테랑 선수들이 앞장서 훈련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가운데 후배들도 선배들을 따라잡기 위해 필사적이다. 이를 바라보는 김기태 LG 감독도 “분위기가 좋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연습경기 성과도 좋지만 지금까지 이어온 과정과 보이지 않는 성과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사실 체력적으로 완전히 떨어질 수도 있는 시기다. 하지만 큰 사고 없이 잘 따라줬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 중심에는 선수들의 생각하는 훈련이 있다는 게 구단 내부의 공통된 평가다. 김 감독도 “시켜서 하는 훈련이 아니다”라면서 선수들의 능동적인 훈련 자세를 칭찬했다. 물론 경쟁이 붙다보니 자연스레 선수들의 훈련량이 많아지는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무작정 따라가는 훈련이 아니었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이야기다. 이른바 ‘자아발전시간’의 위력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LG는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자아발전시간’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코칭스태프에서 일방적으로 일정을 짜주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직접 부족한 부분을 챙기도록 했다. 스스로 타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은 이 시간에 방망이를 돌렸다. 반대로 수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선수들은 코치들의 집중적인 펑고를 받으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이 훈련은 애리조나 캠프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코칭스태프가 이 시간을 통해 선수들에게 원하는 것은 ‘생각’이다. 자신의 보완점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하고 훈련에 임하라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선수들의 고민은 꽤 깊었다. 정해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선수들만의 전략 수립이 이어졌다. 핵심 내야수인 오지환은 “캠프 분위기가 너무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자아발전시간이 가장 좋았다. 생각하면서 훈련을 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맞춤형 훈련의 성과도 따라왔다. 각자 다른 선수들의 특성과 수준 차이를 인정한 이 프로그램 덕에 전체적인 기량이 평준화되는 효과도 있었다. 물론 이는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봉중근 등 베테랑급 선수들의 분위기 조성과 희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조직력도 끈끈해지는 부수적인 수입도 거뒀다. LG의 달라진 훈련 분위기가 한국프로야구 전지훈련 풍속도에 적지 않은 반향을 남긴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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