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의 지론, 여유 있는 넥센 만든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03 10: 40

매년 전지훈련 때마다 각 구단이 모토로 삼는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가 경쟁이다. 그러나 넥센은 상대적으로 이 단어가 부각되지 않는다. 주전과 비주전을 일찌감치 나누는 염경엽(46) 넥센 감독의 지론 때문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이런 지론은 결과적으로 넥센의 여유 있는 전지훈련을 만들어가고 있다.
염 감독은 부임 첫 해인 지난해 파격적인 지론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전지훈련 초기부터 일찌감치 주전과 비주전을 나눴다. 보통은 “주전 선수들도 언제든지 새로운 선수들에게 밀려날 수 있다”라는 엄포를 놓는 것이 한국의 문화다. 끝까지 경쟁심리를 붙잡아 놓으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염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부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였다.
이런 기조는 유지된다. 염 감독은 올해도 주전과 비주전 선수들을 미리 결정했다. 한 번 정한 주전 선수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개막전에 쓸 것이라 공언했다. 주전으로 분류되지 못한 선수들의 불만이 커질 수도 있는 환경이지만 염 감독은 충분한 설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공유했다. 비주전 선수들도 이런 염 감독의 생각을 이해하며 다가올 기회에 대비하고 있다. 염 감독에 대한 선수단의 신뢰와 원활한 소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는 게 넥센 내부의 판단이다. 주전 선수들에게는 여유를 주는 큰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사실 주전 선수들은 매년 전지훈련 때마다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주전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일 경우 급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기량이 완성 단계에 이른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런 외부적 환경에 흔들릴 가능성이 생긴다. 이른바 오버페이스다. 전지훈련에서의 조급함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넥센은 이런 일이 없다. 이미 자리를 보장받은 주전 선수들은 자신의 생각대로 전지훈련을 보내고 있다. 지금 조금 감이 떨어진다고 해도 급할 이유가 없다. 시범경기를 거쳐 시즌 개막 때까지만 컨디션을 맞추면 된다.
새 외국인 타자인 비니 로티노는 이 혜택을 보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다. 로티노는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용병’이라는 신분상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염 감독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개막전에 선발 좌익수로 쓰겠다”라는 확고한 의사를 전달했다. 로티노도 이를 믿고 차분하게 몸 상태를 가다듬고 있다. 심리적으로 큰 플러스 요인이다. 다른 주전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전 선수들이 나태해지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비주전 선수들의 성장세를 확인하고 있는 주전 선수들도 마냥 앉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염 감독은 어떤 시점, 어떤 상황에서 비주전 선수들에게 기회가 갈 것이라는 점 또한 확실하게 밝히고 있다. 주전 선수들 또한 감독이 다른 선수들과도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약속한 것은 확실히 지키는 감독의 결심과 이를 통한 건전한 경쟁 구도의 형성. 넥센의 팀 내 분위기에서 강팀의 향기가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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