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에 중독된 새터민의 이야기가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를 통해 공개됐다. 북한에서 마음껏 먹지 못했던 한과, 어머니와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그를 ‘감자 중독남’으로 만들었다.
지난 3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는 9년간 함경북도식 감자 반찬만 먹고 사는 남편 때문에 고민인 아내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9년차 주부인 사연녀는 “우리 남편은 딱 한 가지 반찬만 있으면 된다”라며 아침, 점심, 저녁 세끼 반찬을 모두 감자만 먹는다고 밝혔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으니 아내로선 편하지만, 가족들은 감자만 고집하는 남편 때문에 외식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문제는 남편이 감자만 먹는 탓에 건강이 좋지 못한 것. 44사이즈의 왜소한 체격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급성간염으로 두 차례 입원까지 하며 건강을 위협받은 터였다.

아내도 물론 다양한 반찬을 준비하며 남편의 편식 습관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남편은 병원을 나온 후에도 감자만 먹었다. 같은 감자라도 찐감자, 감자전 등의 다른 감자 요리는 손도 대지 않은 것이 특징. 그가 유일하게 먹는 감자요리는 감자와 양파, 청양고추를 한 데 넣어 볶은 함경북도식 감자볶음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토록 감자볶음만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제가 새터민이다. 북한에서는 제철이 아니면 감자를 먹을 수 없었다. 북한에서도 감자를 좋아했지만 마음껏 먹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먹지 못했던 감자를 이제라도 실컷 먹고 싶은 것.
여기에 그는 “저희 부모님이 15살 때 돌아가셨다. 어린 시절 어머님이 생일 날 감자볶음과 밥을 지어줬던 기억이 난다. 그것을 잊지 못해 지금까지 감자볶음을 먹는 것 같다”라고 덧붙여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의 감자 중독 원인은 정서적 결핍에 이유가 있었던 것. 이 사연은 많은 방청객의 공감을 얻어 새로운 1승을 차지했지만, 분단 현실을 실감케 한 새터민의 고백은 묘한 씁쓸함을 자아냈다.
minhe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