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용의자다."
'신의 선물' 제작진의 노림수가 적중했다. 이제 막 첫방송한 '신의 선물' 시청자들이 그럴싸한 근거들을 제시하며 다양한 인물들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나선 것. 문방구 주인부터 택배 배달원까지 짧은 등장에도 의혹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이하 '신의 선물')에는 잔혹 동화 내레이션, 그리고 호수에서 떠오른 한 아이의 익사체로 시작됐다. 시체와 함께 떠오른 것은 실종 당일 김수현(이보영 분)의 딸 한샛별(김유빈 분)이 차고 있던 머리핀이었다.

# 시간 구성은 분명 요란했다
아이의 익사체가 떠오른 시점에서 드라마는 즉시 과거로 돌아가 또 다른 실종 아동의 살해사건과 그 뉴스를 거실에서 지켜보는 한지훈(김태우 분)-김수현, 딸 샛별의 모습을 비추었다. 여기에 또 다시 1년의 흐른 뒤,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이 보도되면서, 사건(샛별 살해) 방생 D-14의 일상을 그렸다.
향후 김수현이 사건 발생 14일전으로 타임워프를 하게 될 경우, 이날 펼쳐졌던 동일한 일상이 이중으로 겹치게 되며 작품 속 시간 구성은 더욱 정교해지고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딸 샛별에게 일어날 끔찍한 사건을 막기 위해 14일을 날짜 단위로 쪼개거나, 시간 단위로 나누어 바쁘게 뛸 수현의 모습이 예상되는 만큼 '신의 선물'에서 시간의 구성과 흐름은 중요한 포인트다.
# 스치는 모든 이들이 용의자다
이리저리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시간 구성만큼이나, 용의자의 폭도 광범위했다. 앞서 "모든 사람이 용의자"라고 귀띔했던 '신의 선물' 이동훈 PD의 발언이 방송을 보는 내내 십분 이해가 됐다.
한지훈의 얼굴에 토마토를 던졌던 살해아동의 부모, 사형집행을 놓고 엇갈린 토론을 벌였던 대선후보, 샛별이 다니는 학교앞 문방구 주인, 장애인 학교의 직원(강성진 분), 6세 정신연령을 가진 지적장애인 기영규(바로 분), 샛별이 실종되던 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던 택배 배달원, 방송국 보조작가 주민아(김진희 분), 그리고 주민아와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한지훈까지…모든 인물이 의혹의 싹을 틔었다.
유괴된 김수현의 딸은 주검으로 발견됐다. 앞으로 수현은 타임워프로 14일을 거슬러 올라가, 딸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첫회에서 등장했던 도로 위 시체, 기동찬(조승우 분)의 김수현의 집 잠입, 샛별의 주위를 맴돌았던 기영규와 그 손에 들려있던 카메라 등에 대한 부연설명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진다.

#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는 여전하다
아직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한 복선들도 있다. "조만간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 "둘 중 하나가 사라져야 끝나는 운명이다. 그러니 차라리 맞서 싸우라" "물을 조심하라" 등 의미심장한 예언을 건넸던 카페 '데스티니(운명)'의 여사장, 아이를 죽음의 사자에게서 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며 희생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담긴 잔혹 동화가 결국은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 등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또한 기동찬이 목격한 10년전 사건, 그의 엄마 이순녀(정혜선 분)와 형 기동호(정은표 분)이 안고 있는 비밀, 그리고 기동찬의 앞에 나타난 노숙자로 위장한 기업 회장 추병우(신구 분)와 자살한 그의 외동아들의 사연 등이 풀어낼 실태래도 한웅큼이다.
단 한 회 방송만으로 촘촘한 복선을 새기며, 흡사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연상케 했던 '신의 선물'은 타임워프와 범인찾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을 예고하며,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다만, 이날 '신의 선물' 첫방송은 스릴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주 본듯한 시퀀스들의 반복적인 등장, 인물들의 소개를 위한 상황 설명에 적지않은 시간을 할애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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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신의 선물-14일'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