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구장 또 놀라운 진화, 메이저리그 안 부럽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3.04 05: 59

대전구장이 또 한 번 놀랍게 진화했다. 3차 리모델링을 앞두고 베일을 벗기 시작한 대전구장이 메이저리그식 야구장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팬·선수 친화구장으로 탈바꿈하며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대전구장만의 특징을 살렸다. 5일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 중인 대전구장을 직접 살펴봤다. 
▲ 국내 어디에도 없는 팬친화 구장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포수 뒷좌석이다. 메이저리그 구장처럼 백네트 뒤쪽에 300여석의 관중석을 만들었다. 팬들은 투수들의 투구 궤적과 타자들의 스윙을 보다 가까이에서 생동감 있게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대전구장은 기존에 백네트 뒤쪽의 공간이 넓었다. 팬 친화와 함께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대전구장은 홈플레이트에서 백네트까지 거리가 23m에서 16m로 줄었다. 

여기에 관중석도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로 이뤄졌는데 아주 푹신한 쿠션을 자랑한다. 한화 관계자는 "의자도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쓰는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비가 오더라도 젖지 않는 특수 의자"라고 했다. 포수 뒷좌석에서 편안하게 생생한 경기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자리의 요금은 4만원. 한화 구단은 돈 주고도 아깝지 않게끔 음료 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좌측 외야에 위치한 불펜도 특색이 있다. 종전 불펜은 외야 안쪽의 보이지 않는 내부 공간에 독립돼 있었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대전구장은 팬들이 볼 수 있게끔 외부 공간에 두 개의 불펜을 배치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세이프코필드, 디트로이트의 타이거스 코메리카파크처럼 양 팀의 불펜을 한 쪽으로 몰아넣었다. 팬들은 언제 누가 어떻게 몸을 푸는지 확인 가능해졌다. 
최태식 대전야구장 관리소장은 "이번 리모델링의 핵심은 팬들을 위한 구장이다. 팬들이 포수 뒤쪽에서 가까이 생동감있게 느낄 수 있고, 불펜도 언제든 마음껏 볼 수 있다"며 "양 측 불펜 사이 공간 위쪽에도 관중석을 배치해 팬들이 보실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야 잔디석도 경사있는 곳에 단을 지어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변화를 줬고, 덕아웃부터 포수 뒤쪽 및 지정석까지 진한 녹색으로 도색했다. 최태식 소장은 "사람들이 가장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 색깔이 진녹색이다. 선수들과 팬들의 경기 집중도를 높이는 것도 생각했다. 장기적으로 내외야 관중석까지 통일된 색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 선수 편의도 신경 쓴 비대칭 구장
그렇다고 대전구장이 팬들을 위한 구장만은 아니다. 선수들의 편의도 최대한으로 고려했다. 덕아웃을 넓히며 메이저리그 식으로 변화를 줘고, 불펜의 공간도 당초 계획된 것보다 크게 늘렸다. 경기를 보는 팬들에게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편의를 봐야하는 게 우선이다. 
가장 먼저 1루와 3루 덕아웃이 달라졌다. 높이 2.6m로 땅을 팠고, 길이 20m와 폭 4.5m로 공간과 통로를 크게 확장했다. 최태식 소장은 "이전보다 두 배 정도 공간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의자도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것처럼 이단으로 된 나무 의자로 20m로 길게 배치돼 있다. 널찍한 공간이 생겨 이동이 원활해졌다. 그 앞에는 기존의 등받이 의자와 함께 안전바를 설치, 선수들이 편하게 앉거나 기대어서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불펜도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한용덕 단장특보가 선수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몸을 풀 수 있도록 불펜 공간을 일일이 확인한 뒤 길이와 폭의 확장를 요청했다. 두 명의 선수가 몸을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머지 선수들도 여유있는 공간에서 언제든 몸을 풀며 대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불펜에 있을 선수들이 경기 상황을 볼 수 있게끔 불펜 양 측에 펜스를 뚫어 창문으로 시야 공간도 확보했다. 좌측 폴대 기준으로 가까운 불펜을 홈팀 한화가 쓰고, 반대쪽을 원정팀이 사용한다. 
불펜 공간을 확장하게 됨에 따라 대전구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 생겼다. 기존의 대전구장 좌측 거리는 우측과 같은 100m였는데 불펜 공간을 넗히느라 좌측은 1.4m가 앞당겨졌다. 좌우 비대칭 구장이 된 것이다. 마치 규격화된 것처럼 대칭구장이 일반화돼 있는 우리나라 구장에서는 보기 드문 비대칭 구장이다. 최태식 소장은 "우리나라 유일의 비대칭 구장이다. 모두 똑같은 구장보다 이런 특징있는 구장이 흥미를 끌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관중석 정원은 1만3000여석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 한화 구단의 리모델링 배경은
한화는 올해 포함 최근 3년간 계속해 구장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2012년에는 내야 지붕과 함께 3층으로 크게 확장하며 중형급 구장으로 거듭났고, 2013년에는 외야를 뒤로 밀며 천연 잔디를 깔았다. 꾸준한 개보수와 관리를 통해 팬들이 선호하는 구장으로 인정받은 대전구장이 올해도 리모델링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사실 이번 리모델링도 사전에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노재덕 단장이 지난해 시즌 중 메이저리그 경기를 참관했는데 포수 뒷자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게 발단이었다. 노 단장은 대전구장에도 도입하는 게 어떨까를 생각했고, 정승진 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구단에서는 포수 뒷자석을 비롯해 미국의 여러 구장 장점들을 참고해 설계 아이디어를 냈다. 약 12억원을 투자해 대전구장에 맞게 리모델링, 또 한 번의 진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는 발전을 추구한 한화 구단의 열정과 노력이 대전구장을 일약 메이저리그급 구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제 팬들이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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