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타자 생존 '허들', 타율 .291 20HR 78RBI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3.04 13: 00

타율 2할8푼1리 14홈런 51타점. 이 기록은 지난 15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외국인타자들의 평균 성적이다. 외국인타자를 영입할 때 모두들 기대치는 최소 3할 타율에 20홈런 80타점이겠지만 이 '허들'을 넘은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제까지 한국을 거쳐 간 외국인타자는 모두 86명. 이들 가운데 재계약에 성공한 선수들은 25명에 불과하다. 데이비스(한화)가 가장 많은 7시즌을 한국에서 활약했고, 그 뒤를 브리또(SK·삼성·한화)가 6시즌, 브룸바(현대·히어로즈), 우즈(두산)가 5시즌을 보냈다. 처음 외국인타자가 한국을 밟을 때 기대치는 이들 선수가 기준이 되지만 쓸쓸하게 한국을 떠나는 선수가 훨씬 많다.
2012년과 2013년 한국 프로야구에는 외국인타자가 없었다. 각 구단은 외국인선수를 모두 투수로 채웠다. 국내선수 만으로는 5선발 로테이션조차 제대로 짤 수 없는 팀이 대다수라는 점이 첫 번째 이유였고 국내타자들의 자리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이유가 두 번째였다.

올해는 규정변화로 프로야구 판도가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섰다. 외국인선수 보유한도를 3명으로 늘리면서 각 구단은 의무적으로 외국인타자를 한 명씩 영입해야만 했다. 2011년 알드리지(넥센), 가코(삼성), 가르시아(한화) 이후 3년 만에 외국인타자가 한국 프로야구에 재등장하게 됐다.
각 구단은 겨우내 수준급 외국인타자 물색에 나섰다. 그 결과 삼성은 전천후 내야수 나바로를, 두산은 MLB 통산 104홈런을 날린 칸투를, LG는 유망주 출신 벨을, 넥센은 만능선수 로티노를, 롯데는 거포갈증을 해결해 줄 히메네스를, SK는 MLB 889경기를 뛴 베테랑 스캇을, NC는 5툴 플레이어 테임즈를, KIA는 작년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뛴 필을, 한화는 발 빠른 외야수 피에를 각각 영입했다.
이들이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거둬야 할 성적은 얼마나 될까. 구단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들에게 기대하는 성적은 명확하다. 선수 유형과 배치될 타순에 따라 홈런과 타점 기대치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도 최소 3할에 육박하는 타율을 공통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3할 타율은 쉬운 게 아니다. 과거 15년 동안 86명의 타자들 가운데 3할 타율을 넘긴 건 불과 28번(중복 포함)에 그쳤다. 데이비스가 4번, 브리또와 페레즈, 우즈, 호세, 브룸바, 페타지니가 각각 2번씩 중복 기록한 것을 빼면 딱 19명만 한국에서 3할 타율을 넘겼다.
리그 수준차가 있어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역대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간 선수들 가운데 재계약, 혹은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른 선수들의 평균성적을 구해보면 '성공'의 기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이 조건을 충족시킨 선수들의 평균은 타율 2할9푼1리 23홈런 78타점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외국인타자 기대성적과 유사하다.
결코 닮지 말아야 할 성적을 거둔 선수들도 얼마든지 있다. 이시온(롯데)은 재계약에 성공한 2004년 딱 4경기만 뛰고 12타수 1안타로 한국을 떠났다. 백인천 감독이 영입을 추진했던 보이(롯데) 역시 7경기 타율 1할9푼만을 남겼다. 퀸란(현대·LG)은 2000년과 2001년 현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2002년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13경기 21타수 무안타로 체면을 구기고 짐을 쌌다.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한 선수는 2002년 퀸란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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