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호를 울린 정훈의 '자장 라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3.04 14: 35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김문호(27)에게 2013년은 기쁨과 시련이 함께 찾아온 한 해였다. 시즌 초 NC전에서 환상적인 홈송구로 김시진 감독 눈도장을 제대로 받은 김문호는 주전 톱타자 좌익수로 출전시간을 늘려갔다.
작년 김문호는 40경기에 출전, 타율 2할6푼3리 8도루 10타점 19득점을 올렸다. 특히 출루율은 3할7푼3리로 타율에 비해 1할 이상이나 높다. 경기 출전수는 2012년(56경기)이 더 많았지만,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100타석을 넘기는 등 많은 기회를 받았던 한 해였다.
호사다마라고 했나. 고교시절 '천재타자'라는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나 싶었지만 김문호는 5월 26일 목동 넥센전에서 기습번트를 시도한 뒤 1루로 질주하면서 투수 태그를 피려다 왼 발목이 돌아가는 큰 부상을 입었다. 결국 김문호는 딱 두 달만 주전으로 뛰고 시즌을 접어야했다.

올해 김문호는 부상을 털어내고 주전 좌익수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작년 주전자리를 굳힐 수 있었지만 부상을 당했고, 다시 원점에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전지훈련 기간동안 김시진 감독은 "김문호와 이승화, 김대우 모두 좋다. 셋 다 주전 좌익수 후보"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이들의 경쟁을 유도했다.
이제는 아무런 문제없이 달릴 수 있지만, 작년 부상을 당했을 때는 김문호에게 잊고 싶은 악몽과도 같다. 그래도 김문호는 동료들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특히 1987년에 태어난 동갑내기 동기들이 김문호에게 큰 힘이 됐다.
특히 김문호가 잊지 못하는 장면은 정훈이 대신 장을 봐줄 때다. 정훈은 다리가 불편했던 김문호를 대신해 시장을 다녀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문호는 "부상당하고 나서 집에 있는데 갑자기 훈이가 왔다. 커다란 봉지에다가 자장라면이랑 이것저것 먹을 걸 잔뜩 사왔더라. 솔직히 그때는 정말 감동받았다"고 미소 지었다.
현재 롯데 주력선수는 이른바 '85라인'이다. 그렇지만 '87라인'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김문호는 "(황)재균이, (정)훈이, (손)용석이, (김)사훈이, (나)승현이, 이번에 제대한 (배)장호 모두 87년 출신 동기들이다. 다들 내가 부상당했을 때 많이 위로를 해줬는데 정말 크게 도움이 됐다. 기운내서 운동 다시 할 수 있는 힘을 줬다"고 친구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걸 잊지 않았다.
김문호의 올해 소망은 친구들과 함께 우승 기쁨을 맛보는 것. "(강)민호형, (장)원준이형 처럼 85년 선배들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우리 87년 동기들도 올해 모두 야구 잘 해서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우리 덕분에 우승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올해 열심히 뛰겠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