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미쳐 날뛰는 악역과 정들었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3.04 14: 36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끈질긴 생명력으로 하지원, 지창욱, 주진모를 방해하는 악역들로 인해 극의 재미를 높이고 있다. 좀처럼 세력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들의 각양각색의 괴롭힘으로 인해 하지원, 지창욱, 주진모로 대변되는 선한 세력들의 분투기가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더 고달파지고 있는 중이다.
‘기황후’는 고려 여인이 원나라를 지배하는 황후가 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기황후(기승냥, 하지원 분)라는 실존인물에 가상의 이야기를 접목해서 승냥이 황후가 되는 과정을 극적으로 담고 있다. 고려 패권을 쥐락펴락했던 기황후를 미화한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제작진은 승냥이 왜 원나라 황후의 꿈을 꾸게 됐는지에 대한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 설득력을 부여했다.
승냥이 원나라 대승상인 연철(전국환 분)에 의해 자신의 아기를 잃고 사랑하는 남자 왕유(주진모 분)와 이별하며, 같은 고려인들이 살해당하는 참혹한 광경을 목격했다는 설정을 녹인 것. 때문에 승냥이 연철과 그의 딸이자 황후인 타나실리(백진희 분), 연철 일가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야기가 현재 ‘기황후’의 주된 설정이다.

승냥의 도움 하에 점점 강력한 황제로 성장하는 타환과의 애절한 로맨스도 곁들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승냥과 날선 대립을 하는 연철과 그의 일가, 그리고 승냥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권력 추종자들의 갈등이 촘촘하게 그려지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막대한 권력과 뛰어난 지략을 가지고 있는 연철, 그리고 사랑과 권력을 잃을 위기에 독기만 남은 타나실리, 권력에 미쳐 고려를 배신한 염병수(정웅인 분)의 악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승냥이 황후가 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이 같은 인물들의 섬뜩한 행보는 초반 이후 반복되는 상황. 이 드라마는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구조 속에서도 꼬이고 꼬인 정치 싸움,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의 엇갈리는 운명을 동시다발적으로 담으면서 단순한 구성에도 재미를 선사하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악역을 연기하는 전국환, 백진희, 정웅인, 김정현 등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전국환은 능구렁이 정치 100단 연철을 연기하며 매서운 카리스마로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있다. 특히 웅장한 음악과 함께 쏘아붙이는 쇳소리는 연철의 무서운 면모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중.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백진희의 서슬퍼런 독기도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고, 지난 해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후 폭발력 있는 악역 연기를 보여준 정웅인의 비열한 염병수 연기는 소름을 끼치게 만든다. 승냥 역의 하지원과 끊임 없이 대립하는 당기세 역의 김정현의 무시무시한 눈빛과 가슴 한켠에 쌓아둔 복수심은 긴장감을 높인다.
후반부에 접어든 ‘기황후’는 승냥을 괴롭히던 세력들의 권력에 점점 균열이 생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악역의 몰락은 드라마의 재미를 높이지만, 너무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있는 ‘기황후’는 어쩐지 모르게 악역과 정이 들어버린 모양새다.
jmpyo@osen.co.kr
MBC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