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희 “‘미코’ 수영복신, 긴장해서 온몸 아팠다”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3.05 07: 42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는 매력적인 얼굴의 신인 여배우가 있었다. 극중 절실하게 미스코리아가 돼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오지영(이연희 분)의 강력한 라이벌인 김재희를 연기한 고성희(24)였다. 인형 같은 미모의 이연희와 극중에서 대립했던 고성희는 섹시하면서도 순수한 이중적인 매력을 가진 얼굴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배우는 지난 해 영화 ‘분노의 윤리학’을 통해 데뷔한 후 하정우가 연출한 ‘롤러코스터’에서 일본인 승무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설픈 한국어로 웃음을 안겼던 승무원이 고성희였다. 그리고 ‘미스코리아’에서 아픈 가정사를 숨기고 미스코리아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했던 재희를 연기했다. 감정 표현이 무딘 재희는 고성희의 섬세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감정 상태를 가늠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신인배우가 소화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중이 큰데다가 섬세한 감정 연기를 요구하는 장면도 많았다. 하지만 고성희는 재희를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음이 무거웠어요. 재희가 낯설게 느껴질까봐 열심히 연기하려고 했죠. 아직 제가 연기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에 더 노력을 했어요. 반드시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촬영하느라 잠을 못자서 힘들 때마다, 아니면 정신적으로 부담감이 생길 때마다 제가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기억하려고 했어요. 시청자들이 재희를 다른 배우가 연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실까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런 반응은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실제로 만난 고성희는 굉장히 발랄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무던한 성격이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대화를 이끌어가면서도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배우였다. 그런 그가 혼외자녀라는 이유로 마음을 닫은 채 살아가는 재희를 연기하며 평소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감추는 일은 쉽지 않았다.
“‘미스코리아’는 연기하는 매순간이 어려웠어요. 재희가 감정 표현을 많이 하는 인물이 아니라서 가끔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을 때 이 장면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죠. 재희는 슬플 때도 감정을 숨기는데 익숙한 아이라 그것을 연기하는데 어려웠어요.”
 
고성희는 이번 드라마에서 막내와 다름 없었다. 이연희를 시작으로 이선균, 이성민, 이미숙 등이 모두 선배였다. 애교가 많고 살가운 성격인 고성희는 선배들에게 연기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촬영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통통 튀는 행동으로 귀여움을 샀다. 특히 극중에서 재희를 미스코리아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내거는 미용실 원장 마애리 역의 이미숙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이미숙 선배님과 함께 연기를 하는 것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죠. 물론 처음에는 무서워서 긴장도 했어요. 그런데 선배님이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어요. 연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제가 여배우로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셨죠. 어떻게 연기를 해야 현명한 배우로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미스코리아’는 미스코리아가 돼야 하는 여자 오지영과 그를 미스코리아로 만들어야 하는 남자 김형준(이선균 분)의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미스코리아 대회를 배경으로 하는 탓에 극중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한 후보들은 수영복을 입어야 했다. 고성희는 완벽한 수영복 몸매를 과시했다.
“제가 고등학생 때 패션모델을 한 적이 있어서 화보를 찍어본 적이 있거든요. 그때도 수영복을 입었었고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연기를 하기 위해 수영복을 입는데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수영복을 입으니 긴장을 많이 했나 봐요. 촬영이 끝나니까 온 몸이 아팠어요. 심지어 전 마지막 회에서도 수영복을 입었거든요. 그래서 수영복 겉에 가운을 걸치고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었죠.(웃음)”
고성희가 연기한 재희는 그야말로 완벽한 여자였다. 혼외자녀로 태어나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픔을 간직한 것 외에는 어디 하나 부족한 점이 없었던 고학력에 아름다운 외모, 따뜻한 성품까지 갖췄다. 실제 고성희는 어떤 모습일까.
“외모만 봤을 때는 당당하게 보이죠.(웃음) 그런데 사실 전 허당이에요. 물론 연기를 할 때는 완벽주의를 추구하긴 하는데 다른 부분은 허점이 많아요. 잘 넘어지고요.(웃음) 길도 잘 못 찾아요. 고등학교 때는 양호실에서 교실을 못 찾은 적도 있어요.(웃음)”
참고로 길치인 그는 조만간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중이다. 사실 ‘미스코리아’는 경쟁 드라마 SBS ‘별에서 온 그대’의 광풍에 밀려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그래도 배우들의 호연과 감성적인 연출, 가슴을 콕콕 찌르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매회 호평을 받았다.
 
“우리 드라마가 시청률이 낮아서 아쉽긴 했죠. 그래도 안타깝진 않았어요. 우리 드라마를 좋아해주시는 시청자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를 다시 보기를 통해서 보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고성희는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미스코리아’는 본 방송으로 보고, ‘별에서 온 그대’도 챙겨봤다. 참으로 부지런한 배우다.
“전지현 선배님이 망가지는 연기를 정말 잘 하시더라고요. 게다가 얼굴도 정말 예쁘시고 드라마를 안 볼 수가 없었어요. 저도 전지현 선배님처럼 망가지고 털털한 배역을 맡고 싶어요. 코믹 요소가 있는 그런 캐릭터가 재밌을 것 같아요.”
고성희는 어떻게 보면 순수한 매력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보면 고혹적인 성숙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한 얼굴 안에 다채로운 매력이 보인다는 것은 여배우에게 큰 장점이다.
“사실 제 얼굴이 각도나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에 따라 보이는 게 달라요. 제가 봐도 늘 새롭더라고요. ‘분노의 윤리학’, ‘롤러코스터’, ‘미스코리아’까지 작품마다 얼굴이 다르더라고요. 가끔은 대중에게 고정적인 얼굴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언제 제 얼굴이 익숙해질지 그런 고민을 하기도 하죠.”
고성희는 앞으로 액션 연기를 꼭 하고 싶다고 인터뷰 말미에 덧붙였다. 그런데 이 배우, 고소공포증이 있단다. 액션 연기에는 줄에 몸을 매달고 공중에 뜨는 연기가 많은데 그래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제가 놀이동산에서 바이킹도 못 타거든요. 그런데 와이어에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에서 제가 미스코리아 대회 군무 중에 인간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꼭대기에 올라갔는데 못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하게 되더라고요. 먹고 살려고 하면 다 하게 돼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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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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