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는 대표팀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다.”
경험 많은 정성룡(29, 수원)이냐. 아니면 상승세의 김승규(24, 울산)냐. 누구를 주전 골키퍼로 써야 할까. 홍명보 감독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국가대표팀은 6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홈팀 그리스 대표팀과 운명의 평가전을 치른다. 13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박주영(29, 왓포드), 말리전 발목부상 후 5개월 만에 복귀하는 구자철(25, 마인츠) 등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최정예라인업이다.

하지만 골키퍼 포지션의 경우 이미 지난 1월 미국전지훈련부터 정성룡과 김승규가 치열한 경쟁을 해오고 있다. 김승규는 1-0으로 이긴 코스타리카전 무실점으로 한 발 앞서가는 듯 했다. 하지만 워낙 상대가 약해 골키퍼의 진가를 시험해볼 기회조차 없었다. 멕시코전에서 김승규가 4실점을 하면서 승부는 원점이 됐다.
물론 멕시코전 대량실점은 포백수비가 우왕좌왕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컸다. 김승규 탓만으로 돌릴 수 없는 문제였다. 다만 김승규는 멕시코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5만 5000명의 경기방해와 함성에 다소 당황한 모습도 보였다. 월드컵이란 큰 무대서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정성룡이 김승규에 비해 확실한 비교우위를 가진 점도 이 부분. 김승규는 “난 아직 검증을 받아야 하는 선수다. 반면 (정)성룡이 형은 경험이 많다. 내가 아직 배워야할 것이 많다”며 자신을 낮췄다.
정성룡은 미국전에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정성룡은 2실점을 하면서 미국 홈팬들의 기를 살려줬다. 정성룡은 순발력 등 운동능력에서 젊은 김승규보다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7일 국가대표 새 유니폼 발표현장에서 주전 골키퍼가 김승규로 굳혀졌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른 어떤 포지션도 마찬가지지만 골키퍼도 아주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며 마음을 놓지 않았다.
이어 “이 선수들이 그리스전 끝나고 오면 K리그가 시작된다. 리그에서 어떤 활약 펼치는지 관심있게 지켜보겠다. 끝까지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가 월드컵에 나가도록 잘 관찰하겠다”고 예의주시했다.
그리스전에서 누가 골키퍼 장갑을 낄 수 있을까. 가능성은 정말 50%다. 누구라도 그리스를 무실점으로 막아낸다면 큰 점수를 얻게 된다. 아울러 두 선수는 K리그를 치르면서도 계속 서로를 의식해야 한다. 정말 대표팀에서 가장 치열한 포지션 경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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