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쪽, 바깥쪽, 높은 공, 낮은 공을 가리지 않았다. 자신의 존안으로 들어오면 어김없이 방망이가 궤적을 그렸다. 그리고 그 방망이에 맞은 공은 보통 경쾌하게 뻗어나가곤 했다. 지난해 박병호(28, 넥센)의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선수가 있었다. 시즌 중반까지 박병호와 최고 타자를 놓고 다퉜던 최정(27, SK)이었다. 국내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평가받는 최정이지만 내심 이런 박병호의 타격이 부러웠다. 최정은 “내가 약한 몸족 공을 너무 쉽게쉽게 치더라”라고 했다. 시즌 끝까지 그런 강력함을 이어가는 박병호의 모습에 최정도 자극을 받았다. 최정은 “박병호의 그런 모습이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박병호의 엄청난 성적에 가려서 그렇지 최정도 지난해 최고의 성적을 냈다. 지난해 120경기에 나가 타율 3할1푼6리, 28홈런, 83타점, 24도루를 기록했다. 3년 연속 골든글러브도 따내며 명실상부한 최고로 우뚝 섰다. 무서운 것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정 정도의 수준급 선수가 자신의 전반적인 성적을 완만한 오름세로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끊임없는 발전의 욕구로 무장해있는 최정은 이를 이루고 있다. 그런 최정 앞에 박병호라는 좋은 라이벌이 등장했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

최정은 “박병호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따라한다고 봐야 한다”고 살며시 웃었다. 겸손함과 상대에 대한 존중이 묻어나온다. 그러나 말과 행동은 다르다. 최정은 겨우 내내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스스로 부족한 점이라 지적했던 체력을 기르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최정은 “후반기에 체력이 떨어졌다. 꾸준하지 못했던 것이 내 단점이었다”라고 떠올렸다. 입술을 깨문 모습에서 올해에 대한 각오를 읽을 수 있다.
특별한 목표는 없다. 매년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라고 다짐하는 최정이다.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수치를 정해두기보다는 지난해 성적을 기준으로 삼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이다. 매년 성적이 좋아지는 까닭에 이 목표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최정도 그만큼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연습경기 성적도 좋았다. 오키나와 연습경기 11경기에서 타율 3할6푼7리, 2홈런, 8타점, 장타율 6할6푼7리를 기록했다. "스윙이 가볍다", "최정은 올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처럼 최정은 올 시즌을 앞두고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잔부상이 있었지만 올해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수비에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찾았다. 김경기 타격코치는 물론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한 루크 스캇 등 주위의 조언을 취사선택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모습 또한 단연 리그 최고 타자다운 면모다. 박병호는 물론 FA, 팀 성적 등 여러 방면에서 자극제를 맞은 최정이 또 한 번의 ‘최고 시즌’을 열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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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