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인피니티 Q70 3.0d, 다시 보니 남자 좀 유혹할 줄 아는 차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4.03.05 08: 30

지난 2월 11일, 한국 수입차 업계에 은근한 충격파가 일었다. 모던 럭셔리 브랜드를 표방하는 인피니티가 2.2리터 디젤 세단 Q50(The new Infiniti Q50)을 출시하면서 제시한 가격이 4,350만 원이었기 때문이다.
딱 떨어지는 비교 상대는 아니지만 배기량 2.0리터의 BMW 320d가 4,760만 원~5,510만 원의 가격대가 형성 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공격적인 가격정책이었다.
가격에서 촉발 된 네티즌의 관심은 Q50이 일본 수입세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디젤차라는 점으로 이어졌다. 공인 복합연비가 15.1km/l에 달해 유지비 측면에서의 경제성도 확보하고 있었다.

Q50의 등장은 인피니티의 다른 디젤 세단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켰다. 역시나, 작년까지 M30d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인피니티의 플래그십 모델 Q70 3.0d(6,270만 원)가 있었다. 
2012년 8월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Q70 3.0d는 일본 수입차 중 최초로 선보인 디젤 세단이다. ‘유럽산 디젤’에 비해 뚜렷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한 탓에 실제 시장에서의 파급력은 그리 크지는 못했다.
하지만 Q70으로 이름을 바꾼 예전의 M30d는 왠지 모르게 달라 보였다. Q50의 등장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 Q70을 다시 봤더니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자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Q70의 진정한 매력은 고속도로에서 발휘됐다. 경부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를 오가는 코스에서 Q70은 한시도 막힘이 없었다. 운전자에게 ‘자유로운 영혼’을 보장하고 있었다. 3000cc 디젤엔진에서 뿜어대는 강력한 파워는 고속 구간에서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는 차’, 그 모습이었다.
유럽에서 인정 받은 3.0L V6 터보 디젤 엔진이 최고출력 238마력, 최대토크 56.1kg.m의 성능을 발휘하게 한다. Q70의 장점인 강력한 토크는 1750~2500rpm 구간에서 만들어지는데 특히 저회전 영역에서도 강력한 토크가 만들어진다는 게 인상적이다.
고속 구간과 저속 구간에서 마치 두 얼굴을 한 듯한 움직임은 Q70의 매력이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기 위함인지, 정지를 하기 위함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 그대로 반응해 준다. 저속 주행구간에서는 차분하게, 고속 구간에서는 날렵하게 제 몫을 해내고 있었다. 전자식 제동력 분배 장치(EBD, Electronic Brake force Distribution)가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
이 같은 두 얼굴의 운동성은 ‘에코모드’와 ‘스포츠모드’를 적절히 선택하면서 운전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평소에는 젊잖고 중후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폭발적인 열정을 쏟아내는 중년의 비즈니스맨을 연상시킨다.
Q70 3.0d는 수동 변속을 지원하는 7단 트랜스미션을 장착했고 출발에서 시속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6.9초다. 민첩하면서도 폭발적이다.
대자연의 부드러운 곡선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인피니티 고유의 디자인 철학이 실내 디자인까지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지만 막상 운전석에 앉으면 내가 어떤 차를 몰고 있는 지 느낌이 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Q70은 외부의 유려한 곡선이 대시 보드와 센터페시아까지 이어지면서 너울대고 있다.
특히 운전석 좌우 시선의 끝자락에 보이는 프런트 펜더 디자인의 큼직한 너울은 내가 운전하고 있는 차량이 어떤 모습으로 달리고 있는지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자연을 닮고자 하는 노력은 숲 속 공기를 뿜어대는 에어 시스템에서 절정을 이룬다. 도쿄 과학대와 공동 연구로 개발됐다는 포레스트 에어 시스템(Forest Air System)은 차량 실내의 온도, 통풍, 냄새, 습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실내 공기를 정화시켜 준다. 이 시스템이 실제 탑승자의 후각에까지 작용하도록 아로마 디퓨저(Aroma Diffuser)가 송풍구를 통해 숲 속 풀향기가 적절히 흘려주고 있다. 이유를 모르는 동승자는 “어떤 방향제를 썼느냐”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물론 숙제도 있다. 다양한 노력들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가격대의 BMW 520d에 비해 낮은 연비를 보인다는 점이다. 6,290~6,960만 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BMW 520d의 복합연비는 16.9km/l이다. 하지만 BMW 520d의 가속 성능은 최대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8kg.m, 제로백 7.9초로 Q70 3.0d에 비해 낮게 형성 돼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Q70 3.0d의 공인연비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11.7km/l다. 주 무대인 고속도로에서는 14.5km/l의 연비를 보이고 7단 변속기는 차량 정차 시 트랜스 미션이 자동으로 중립모드로 변환 돼 연료 효율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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