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한 2000년대 최고의 좌완투수 중 한 명인 요한 산타나(35)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5일(한국시간) 볼티모어가 공식적으로 산타나와의 계약은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당장 빅리그 마운드에 오를 수는 없지만 산타나는 향후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후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2차례 왼쪽 어깨 수술을 받은 산타나는 메이저리그에 복귀하기 위해 재활 중이다. 계약은 마쳤지만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투수가 아닌 만큼 볼티모어는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산타나는 플로리다에 남겨 재활에 전념케 할 수도 있다.

지금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는 처지가 됐지만, 산타나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2회 수상에 빛나는 2000년대 최고의 투수 중 하나다. 139승 78패,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한 산타나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15승 이상을 기록하며 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늘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현재 볼티모어 선발진은 포화 상태다. 크리스 틸먼과 2월에 합류한 우발도 히메네스가 원투펀치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겔 곤잘레스, 천웨인, 버드 노리스 등 이미 선발 투수들은 넘친다. 이외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것이 있는 선발 후보들과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은 물론 한국프로야구에서 진출한 윤석민까지 있다.
따라서 산타나가 재활을 마치고 오더라도 볼티모어 선발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전과 같은 피칭을 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선발과 달리 불펜에는 좌완이 부족해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도 산타나가 불펜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볼티모어 좌완 불펜진은 산타나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트로이 패튼이 금지 약물 복용으로 인해 25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브라이언 매터스도 선발진 합류를 위해 애쓰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볼티모어는 새로운 좌완 불펜투수의 합류를 바라고 있다.
이에 따라 산타나가 불펜에서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산타나는 메이저리그 경력의 대부분을 선발투수로 보냈지만, 구원으로 나선 경기도 76차례나 된다. 물론 전성기가 오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평균자책점은 3.96으로 자신의 통산 기록에 비해 좋지 못하다.
MLB.com은 산타나의 우타자와 좌타자 상대 기록을 비교한 것에 대해 “그렇게 극단적이지는 않다”교 표현했다. 산타나는 우타자를 상대로 통산 .225/.281/.364의 피안타율/피출루율/피장타율 기록을 남겼고, 좌타자를 맞아서는 .240/.293/.394를 찍었다.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쓰는 산타나는 좌완임에도 좌타자보다 우타자를 더 쉽게 상대했지만, 좌타자를 상대로 한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타자를 신경써야 하는 선발과 달리 불펜에서는 좌타자를 위주로 상대할 것이기 때문에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불펜으로 나선다면 좌타자를 더 많이 만나게 되므로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좌타자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궤적을 보이는 체인지업보다는 바깥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슬라이더의 경우 체인지업에 비해 부상 위험도 커지는 만큼 산타나가 불펜에서 던진다고 가정할 때 어떤 투구 패턴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선발투수로 이름을 떨친 선수이기에 산타나가 불펜으로 등판할 수 있다는 예상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볼티모어를 택한 산타나가 어떤 역할로 마운드에 오를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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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사무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