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가 생생하고 인간적인 악역들의 활약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잡고 있다. SBS 새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 KBS 2TV ‘태양은 가득히’가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맹추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황후’를 보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극 중 등장하는 포악한 악인들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 본방을 사수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4일 방송된 ‘기황후’ 35회에서는 타나실리(백진희 분)가 기승냥(하지원 분)에게 걸었던 견고술이 타나실리의 아버지 대승상 연철(전국환 분)에게 되돌아오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타나실리는 회임을 한 기승냥에게 개의 혼령으로 저주를 거는 견고술을 사용했다. 견고술은 일단 사용하면 물리적 방법으로 푸는 것은 불가능하고 저주에 걸린 사람 스스로가 이를 이겨내면 그에게 걸렸던 저주가 처음 저주를 건 사람과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술법.

기승냥은 탈탈(진이한 분)로부터 이 사실에 대해 듣게 됐고, 끝내 굳은 의지로 견고술을 이겨낸 후 아들 아유시리다라를 낳았다.
이에 자신의 아들 마하에 대한 타나실리의 집착은 커져갔다. 그는 마하가 홍역에 걸리자, 자신이 직접 낳은 친아들이 아님에도 견고술의 저주가 마하에게 돌아왔다고 굳게 믿으며 자신의 몸을 공양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집착인지 모성애인지 모를 타나실리의 정성 덕인지 마하는 홍역을 극복했다. 그러나 저주의 여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드러났다. 꼿꼿하기만 하던 타나실리의 아버지 연철이 망령에 걸린 것. 그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고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자신의 아들들인 당기세(김정현 분)와 탑자해(차도진 분)를 의심하며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등 이상 행동을 했다.
돋보이는 것은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당기세의 효심어린 모습이었다. 당기세는 망령에 걸린 아버지를 보며 마음 아파했고, 아버지가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밀자 이를 맨손으로 잡으며 "차라리 죽이시라. 더는 안쓰러워 못 보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들의 애절한 말과 행동에 망령에 걸린 아버지는 정신을 차렸고 아들을 껴안으며 자신의 상태를 인지했다.
이렇듯 '기황후'에 등장하는 악역 캐릭터는 하나하나 그 성격이 제대로 살아있다. 타나실리는 표독하고 악한 모습이 소름을 끼치게 하는 동시에 자신의 친아들도 아닌 자신의 아들에 대한 모성애와 집착을 보여주고 있다. 연철은 가장 노련한 악인임에도 자신이 평생 추구했던 권력에 미쳐가는 비참한 말로를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타나실리의 오라버니이자 연철의 장남 당기세는 포악한 성격에도 자신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이처럼 묘하게 인간적인 매력을 풍기는 악역들이 하지원, 주진모, 지창욱 등 주연배우들의 열연과 더불어 '기황후'를 보게 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불쌍하기도 한 이 악역들의 말로는 어떻게 될까?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기황후'의 행보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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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