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타자의 그늘 속 입지 좁아진 타자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3.05 14: 00

이번 시즌 돌풍을 몰고 올 외국인 선수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루크 스캇(SK 와이번스), 호르헤 칸투(두산 베어스) 등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름을 떨친 외국인 선수들의 면면은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같은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에게 외국인 선수 영입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다. 외국인 선수에 의해 자기 위치를 위협받는 선수들은 대부분이 1루수와 외야수들인데, 이들 중에는 막 1군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선수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외국인 타자들과 당당하게 실력으로 경쟁을 선언한 선수들도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두산의 오재일과 김주형(KIA 타이거즈)이었다. 각각 칸투와 브렛 필의 합류로 주전을 차지하기 어려워졌지만 스프링캠프가 끝난 현 시점에는 소속팀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하고 있다. 반면 최희섭은 어려운 시즌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최희섭의 경우 필은 물론 김주형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인 선수와의 경쟁도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던 김용의(LG 트윈스)도 마찬가지다. LG는 정성훈을 1루로 이동시키고 빈 3루에 벨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플래툰 시스템 하에서 문선재와 함께 1루를 지켰던 김용의는 시즌 초 1루와 3루를 오가는 백업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나, 누구라도 부진할 경우 언제든지 김용의가 그 역할을 대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에게 2루를 맡길 계획이다. 나바로의 2루수 출전은 조동찬, 김태완의 출전 시간과 관계가 깊다. 나바로가 100경기 이상 2루를 지키면 조동찬과 김태완은 지난 시즌에 비해 타석이 줄어들지 모른다. 또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나바로는 때때로 김상수와 박석민의 공백도 메울 수 있다.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중 최대어로 꼽히는 스캇은 SK 외야 전체에 경쟁을 가져왔다. 스캇이 좌익수에 고정되면 중견수 김강민을 제외한 다른 외야수(박재상, 박정권, 한동민, 조동화, 이명기 등)들은 우익수와 지명타자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FA 계약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컴백한 최준석은 루이스 히메네스와 1루수, 지명타자를 오가며 출전한다. 그러면서 박종윤과 장성호는 주전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거액을 주고 최준석을 데려왔고 히메네스도 팀 내 유일의 외국인 타자인 만큼 초반 기회는 이들에게 있다.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는 1루를 맡는 것이 팀 전체로 봤을 때 가장 효율적이다. NC 외야는 대체하기 힘든 3명의 선수(김종호, 이종욱, 나성범)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1루수 조영훈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120경기에서 타율 .282로 최고의 시즌을 보낸 조영훈에게는 불운이다. 지명타자는 이호준이 버티고 있어 넘보기 힘들다.
한화 이글스의 정현석도 비슷한 경우다. 정현석도 2013 시즌 121경기에서 타율 .287을 기록하며 최초로 개인 100안타를 돌파했으나 이번 시즌은 전망이 어둡다. 메이저리그 특급 유망주 출신인 펠릭스 피에와 이용규가 외야를 차지하며 정현석의 입지는 좁아졌다.
한편 비니 로티노로 인해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들의 경쟁이 심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로티노는 윤석민과의 트레이드로 팀을 떠난 주전 좌익수 장민석의 자리로 간다. 이택근이 중견수 위치에 버티고 있는 넥센은 우익수에도 문우람을 세울 것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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