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2, 텍사스)가 시동을 걸었다. 시범경기 첫 안타와 타점을 동시에 신고했다. 비록 하나의 안타였지만 충분한 의미가 있는 장면이었다. 컨디션이 정상적임을 알리면서 팀이 원하는 장면까지 연출해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서 선발 좌익수 및 1번 타자로 출장, 두 번째 타석에서 2타점 좌중간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세 차례의 시범경기에서 안타가 없었던 추신수의 기지개였다. 가벼운 왼발 통증으로 지난 경기에서 결장했던 추신수의 몸 상태가 정상임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했다.
두 번째 타석은 주목할 만했다. 안타를 쳤다는 것 외에도 여러 의미가 있었다. 추신수는 무사 1,2루의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시범경기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다소 급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지만 추신수는 침착했다. 애리조나 선발 테일러 스캑스의 제구가 흔들리는 것을 참고 기다렸다. 스캑스의 직구 두 개는 연거푸 높은 쪽으로 형성됐는데 추신수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흔들린 것은 스캑스였다.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의식적인 낮은 공을 던졌는데 한가운데 몰렸다. 추신수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정확하게 통타해 좌중간으로 날아가는 라인드라이브성에 좀 더 가까운 타구를 만들어냈다. 스윙은 가벼웠고 간결했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라는 의식이 있었다면 이미 눈높이에 들어오는 높은 공에 배트가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추신수는 인내심이 있었다. 타구 방향도 좋았다. 좌중간이었다. 추신수는 스스로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는 중앙이나 좌측으로 날아가는 타구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이날 안타가 그랬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날렸다. 추신수의 컨디션이 정상적임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시범경기 성적에 연연한 필요는 없지만 마수걸이 안타는 향후 행보를 가볍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추신수는 새로운 팀, 7년 1억3000만 달러의 초고액연봉에서 비롯되는 부담감 등을 순조롭게 이겨나가고 있다. 첫 안타에 담긴 의미가 큰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