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박주영(왓포드)가 한방 터트렸다. 누구보다 기다렸던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의 골로 인해 한가지 더 소득을 얻게 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6일 새벽 2시(이하 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그리스 축구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18분 터진 박주영의 결승골과 후반 10분 손흥민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그리스와의 역대 A매치전적에서도 3승 1무로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게 됐다.
한국은 지난 1월 미국 전지훈련에서 치른 평가전서 멕시코전에 이어 미국전까지 무득점에 그치며 빈약한 공격력을 드러냈다. 반면 유럽파가 총출동하며 최정예 공격진이 나선 그리스전에선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박주영은 한방이 필요했다. 홍명보 감독이 그를 선택한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골 결정력이기 때문이다.
박주영이 A대표팀에서 마지막으로 골을 기록한 것은 2011년 11월 11일에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월드컵 아시아예선이었다. 무려 846일 만의 A매치 득점포다.
13개월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상황에서 화끈한 골로 자신의 입지를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번에 소집된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A 매치 득점인 23골을 기록하고 있는 박주영은 주전경쟁서도 완벽하게 이겨냈다.
박주영은 분명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해냈다. 선제골을 터트리기전 이청용(볼튼)에게 빼준 패스가 완벽했다. 그만큼 안정된 경기력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월드컵을 가는데 있어 선발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승리를 거머쥔 선수들에게 축하의 말과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 뒤 박주영에 대해서는 "어제 최종 훈련을 통해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 조직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계속 호흡하고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었다. 좀 더 시간을 주고 싶었으나 부상이 있어 (후반전에) 교체했다"고 밝혔다.
만약 부상이 없었다면 박주영에게 더욱 많은 기회가 주어졌을 상황. 그만큼 믿음이 확실했고 박주영도 믿음에 대해 보답했다.
박주영의 활약으로 홍명보 감독은 한가지 소득을 더 얻었다. 바로 선수단의 단결이다. 구자철(마인츠)이 주장이지만 정신적 지주는 박주영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런던 올림픽을 통해 박주영이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잘 증명됐다.
하지만 리더가 되려면 경기에 나서야 한다. 확실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자존심이 강한 젊은 선수들을 통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 뛰면서 자신감이 붙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박주영이 이날 터트린 골은 선수단에게 큰 형의 능력을 증명했다.
그 결과 박지성(아인트호벤)을 통해 찾으려 했던 경험 많은 선수의 역할을 박주영에게 맡길 수 있게 됐다. 유럽 무대를 개척한 박지성에 이어 전면적으로 나선 박주영이 홍 감독에게 갖는 의미는 더욱 크기 때문이다. 특히 박지성으로 속앓이를 했던 홍명보 감독이기 때문에 박주영의 활약은 어느 것 보다 중요한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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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그리스)=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