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병룡, 잠시 잃었던 자신을 되찾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06 07: 20

타석에서는 타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움츠려들었다. “맞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그런 심장에서 나온 공은 어김없이 타자의 배트에 맞곤 했다. 그런 상황은 다시 마운드에 서 있는 큰 체구의 투수를 한없이 작아지게 했다.
채병룡(32, SK)은 2013년을 떠올렸다. 담담하게 자신이 약해져 있었다고 털어놨다. 채병룡은 “슬럼프는 생각에서 나온다. 슬럼프를 스스로 만들고 있었다”며 2013년 부진의 원인을 짚었다. 항상 마운드에서는 당당하게 타자들과 상대했던 채병룡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유난히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이는 결과로 직결됐다. 큰 기대를 받았던 채병룡의 2013년 성적은 12경기에서 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7.97에 그쳤다.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성적이었다.
구속 증가에 너무 신경을 썼다. 결과적으로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꼬였다고 말하는 채병룡이다. 과욕은 화를 불렀다. 자신의 생각대로 공이 가지 않았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런 자신감을 되찾을 기회는 시즌 내내 오지 않았다.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었고 1군에서는 출전 기회가 들쭉날쭉했다.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1년이 지나갔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한 번 떨어진 자신감을 되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6개월이 걸렸다. 스스로 “정말 길었다”라고 떠올릴 정도의 대장정이었다. 시작은 지난해 교육리그였다. 주로 어린 선수들이 참여하는 교육리그에 합류해 땀을 흘렸다. 성공을 위해 눈빛을 반짝이는 어린 선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존심이 상하는 여건일 수도 있었지만 쉼없이 자신을 채찍질했던 예전 기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채병룡은 “교육리그에서 초심을 많이 되찾았다”라고 했다. 자신감 회복의 시작이었다.
겨우 내내 운동을 착실히 하며 칼을 갈았다. SK의 플로리다 1차 캠프 투수 최우수선수(MVP)도 채병룡이었다. 그만큼 열성적으로 훈련에 임하며 2014년 농사를 위한 씨를 뿌렸다.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는 그 씨가 싹을 틔웠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경기에서 7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과감한 정면승부를 즐기는 예전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4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장점을 되찾아가고 있는 채병룡이다. 너클볼 연마 등으로 화제를 모은 채병룡이지만 자신이 손꼽는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 회복이다. 채병룡은 “올해는 심리적으로 변화가 생겼다”라며 단언했다. 지난해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마운드에서 당당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났던 채병룡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라고 말하는 채병룡이다.
그런 채병룡은 팀의 5선발 후보로 공인받고 있다. 하지만 보직보다는 자신의 공을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채병룡이다. 채병룡은 “보직상 지난해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더라도 작년 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잠시 잃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채병룡이 마운드에 다시 선다. 잠시 잃었던 예전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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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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