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선수' 릭 앤키엘(35)이 파란만장한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미국 언론들은 6일(이하 한국시간) 앤키엘의 현역 은퇴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TV 중계 전담 캐스터 댄 맥로플린은 '앤키엘은 현역 은퇴 선언과 함께 친정팀 세인트루이스에서 프런트로 일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앤키엘은 지난 1997년 드래프트 2라운드로 세인트루이스에 지명된 좌완 파이어볼러 출신으로 2000년 20살의 나이에 11승7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러나 그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갑작스러운 제구난으로 폭투를 남발했다.

이른바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병에 걸린 것이다. 정신적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그는 결국 2005년부터 마운드에서 내려와 방망이를 들고 타자로 전향했다. 강한 어깨와 파워를 갖춘 만큼 외야수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기대대로 앤키엘은 타자 전향 후 빅리그 데뷔 첫 해였던 2007년 47경기에서 타율 2할8푼5리 11홈런 39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2008년에는 풀타임 주전으로 타율 2할6푼4리 25홈런 71타점으로 맹활약,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하며 인생역전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004년 한 해 동안 무려 8차례나 인간 성장 호르몬을 투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한동안 구설수에 올랐다. 2010년부터 타자로서도 하향세를 걷기 시작한 앤키엘은 정든 세인트루이스를 떠나 캔자시스티 로열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워싱턴 내셔널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뉴욕 메츠를 오가는 저니맨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 메츠에서 20경기 타율 1할8푼2리 2홈런 7타점에 그쳤고, 결국 파란만장한 선수생활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었다. 11시즌 통산 타율 2할4푼 76홈런 251타점. 투수로는 4시즌 통산 13승10패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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