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아역 이미지, 지금 당장 벗을 필요 있나요"[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3.06 11: 12

괴물에게 끌려가 어두컴컴한 곳에서 떨던 그 어린 소녀가 맞나 싶었다. 어느덧 숙녀의 맵시가 나는 배우 고아성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살같이 빠른 시간'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벌써 23살. '괴물'에 출연했을 당시가 15살이었으니 무려 8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였다. 얼굴은 성숙해지고 이제 제법 '소녀'가 아닌 '숙녀' 고아성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지만 '설국열차' 이후 선택한 차기작 '우아한 거짓말'에서 고아성은 교복을 입는다.
20대 초반에는 알기 어려운 격정적 혹은 절절한 멜로는 아니더라도 이제 성인배우로서의 발돋움을 해야 할 시기에 교복이라니. 아역 배우로 시작한 고아성에게 '교복'이란 도구는 다소 치명적이지 않을까 싶어 걱정을 내비치니 이미지 쇄신의 필요성을 못느끼겠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한살이라도 더 어릴 때 교복을 입어봐야 하지 않겠냐며 웃어보이는 그의 모습에선 10년 경력의 여유도 느껴졌다.

"주변에서 들리는 말이 '아역배우의 이미지를 벗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전 한번도 진심으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요. 필요성도 못 느끼고요. 사람의 성장은 누구나 똑같이 겪는거고 자연스러운 일인데 전략적으로 이미지를 선택해서 가야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그런걸 염두에 뒀다면 '설국열차' 이후에 성인 연기를 곧바로 했을텐데 아직 아닌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가는게 맞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아직은 고등학생처럼 보이고 싶은데(웃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교복 입어봐야죠. 나중엔 안 어울리잖아요(웃음)."
당장 아역 이미지를 벗지 않더라도 배우로서 한번쯤 꿈꾸는 이상적 캐릭터가 있을터.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 물으니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단다. 놀라운 대답에 이유를 다시금 물으니 다음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천상배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대답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오래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했다. 그것이 배우로서 제일 어렵고 힘들고 기쁜 일이라고 했다.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을 정해놓는 건 제가 할 작품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최대한 마음을 비워놓고 시나리오를 보고 있죠. 저는 사실 배우로서 원대한 계획이 없어요. 예전엔 정말 많았거든요. 나중엔 생길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오래하는게 제 목표에요. 어릴 때 부터 연기를 했는데 그 때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 중에 지금까지 하고 있는 친구가 정말 없어요. 저희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오래 가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고 이루기 힘든 일이죠."
아직 어린 나이지만 오랜 경력 덕분일까. 고아성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연기 신념, '경험이 있어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오만이다'라는 것. 미래의 기차를 타봐서 '설국열차'를 출연한 것은 아니지 않냐며 웃어보인 그는 자신의 연기 신념과 관련된 '우아한 거짓말' 출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저는 연기할 때 신념을 가지고 있어요. 경험이 뒷받쳐줘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오만이라는 거요. 하지만 겪어보지 않고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죠. 아기를 낳는다거나 자식을 잃는다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신다거나. 상상으로는 알 수 없는 경지가 있으니 그 감정을 상상에 맡겨야 되는데 자칫 잘못되면 실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요. 사실 그래서 '우아한 거짓말'도 처음엔 거절했었어요. 그런데 계속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꿈을 꾸고 결정적으로 '애도 일기'를 읽으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하고 싶어서 꿈을 꾸고 책을 집어든 것 같아요. 배우로서 한 몸 다바쳐 연기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거죠. 항상 작품을 선택할 때 저는 한껏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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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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