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9, 왓포드)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새벽 그리스 아테네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그리스와 평가전서 전반 18분 터진 박주영의 결승골과 후반 10분 손흥민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주인공은 박주영이었다. 앞서 실전감각 논란으로 의문부호를 떨쳐내지 못했던 그다. 우려는 기우였다. 이날 선발 출격하자마자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이더니 전반 18분 만에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다.

완벽한 골이었다. 손흥민의 패스도 워낙 좋았지만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박주영의 날카로운 침투, 침착한 왼발 논스톱 슈팅이 아니었다면 그림 같은 골장면이 나올 수 없었다.
드라마 같은 스토리다. 홍명보 감독은 그리스전을 앞두고 '소속팀서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를 선발하겠다'라는 원칙을 깨고 박주영을 불러들였다. 올 겨울 이적시장서 아스날을 떠나 왓포드로 이적하며 월드컵 출전 의지를 강력히 밝힌 '애제자'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그리고 박주영은 보란 듯이 '스승'의 신뢰에 보답했다. 전반 45분을 소화하며 통렬한 논스톱 선제골을 비롯해 이청용에게 완벽한 일대일 찬스를 제공했고, 능숙한 연계플레이로 역시 '박주영은 박주영이다'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스승이 내민 손을 잡고 그 믿음에 보답하는 모습은 마치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전후의 기분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박주영은 올림픽을 앞두고 '병역 연기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까지 열며 '애제자' 박주영을 품었다. 그리고 박주영은 스위스와 조별리그 3차전서 그림같은 다이빙 헤딩 선제골, 일본과 동메달결정전서 수비수 3~4명을 제치고 결승골을 터트리며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은사에게 동메달로 보답했다.
본무대는 아니지만 박주영 본인에겐 실로 중차대한 무대에서 중요한 골을 뽑아냈다. 이제 시선은 본인의 3번째 월드컵 무대인 브라질로 향한다. 혼자가 아니다. 듬직한 홍명보 감독의 '신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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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그리스)=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