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두산 베어스의 개막전 선발로 낙점을 받은 더스틴 니퍼트(33)는 늘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다. 에이스라는 직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지다.
니퍼트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보낸 지난 세 시즌 동안 항상 개막전 선발을 담당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두산의 송일수 감독은 오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있을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 나설 선발로 일찌감치 니퍼트를 예고했다. 이 결정은 개막이 1개월도 넘게 남은 스프링캠프 도중 이뤄졌다. 팀의 에이스로서 니퍼트가 차지하는 위상을 새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캠프를 마치고 동료들과 함께 지난 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니퍼트는 캠프 막바지에 접어들어서야 라이브 피칭을 시작하는 등 다른 투수들에 비해 페이스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개막에 맞춰 서서히 몸을 만들고 있다. 캠프에서 돌아온 니퍼트는 성과를 묻는 질문에 “좋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개막까지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자칫 스스로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개인적 목표는 수치화하지 않았다. 니퍼트는 이번 시즌 목표에 대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짧게 답했다. 자신의 말대로 건강하기만 하다면 니퍼트는 15승 이상의 성적이 따라올 수 있는 기량을 가진 투수다. 지난해에는 단 19경기만 나서고도 12승을 올렸다.
강해진 선발진은 우승을 향한 니퍼트의 열망에도 기대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 시즌 외국인 투수인 개릿 올슨과 데릭 핸킨스가 선발로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올해는 빅리그 경험이 풍부한 크리스 볼스테드가 니퍼트와 원투펀치를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니퍼트는 “올슨은 부상이 있었고, 핸킨스는 시즌 중에 와서 힘들었지만 볼스테드와는 시즌 전부터 호흡을 맞추며 시즌을 준비할 수 있어 좋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4년 연속 개막전 선발투수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을 가질 법도 하지만, 니퍼트는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다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니퍼트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모든 경기가 똑같이 중요하다”며 평상심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해서 과욕을 부리지 않는 자세는 팀에 녹아드는 니퍼트의 태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마운드 밖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냐고 묻자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며 니퍼트는 한결같은 자세로 팀에 헌신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언제나 자기 자리를 지켜온 니퍼트가 있어 두산은 올해도 전력이 강한 팀으로 꼽힌다. 두산이 어떤 모습으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시즌 역시 시작은 니퍼트의 손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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