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가 대한민국에 다시 울려 퍼졌다.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전국 아마추어 합창단들이 본선진출을 위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이 중 노래를 통해 아픔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합창과 어우러져 감동을 배가 시켰다.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KBS 1TV ‘2014 합창으로 여는 세상 하모니’(이하 ‘하모니’)에는 지역예선 첫 번째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전국 아마추어 합창단들의 1차 UCC 동영상 심사를 치른결과 95팀이 지역예선에 올라 심사위원들과 마주했다.
가장 먼저 공개된 팀은 숭실 더블식스 남성 합창단. 서울 숭실고등학교 66회 졸업 동기생들로 이루어진 남성 합창단은 서로의 고등학교 시절 별명을 폭로하며 유쾌한 추억을 공유했다. 무대에 오른 숭실 더블식스 단원들은 에너지 넘치는 합창으로 긍정적인 기운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러나 숭실 더블식스 합창단은 하모니를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아쉽게 탈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팡이를 들고 맨 앞에서 홀로 노래하던 한 단원의 열정은 간과할 수 없었다. 그는 뇌경색으로 한쪽 마비가 온 탓에 신체활동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친구들 만나서 노래하고 수다떨면서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가하면 귀여운 어린 친구들은 김소현 심사위원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입양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기 위해 출전한 한국입양 어린이 합창단이었다. 이 합창단의 단원인 성은 양은 “우리가 유명해지면 입양시설에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입양될 수 있잖아요. 그래야 가족도 만날 수 있고요”라고 '하모니' 출전 이유를 설명해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이렇게 예쁜 성은 양을 공개 입양한 김숙희씨는 “우리 아이도 버거운데 다른 아이를 입양해서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남편이 딸을 예뻐해서 성은이를 입양하게 됐다. 그런데 쌍둥이를 떼어놓는건 아닌 것 같아서 이후 성은이의 오빠를 입양하게 됐다”고 공개 입양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성은양의 오빠는 남들이 입양을 꺼려하는 지적발달장애 3급 아동. 그러나 이들 남매를 사랑으로 키우고 있는 김숙희씨는 “아들이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어 있다. 해맑음이 예쁘고 사랑스럽다”며 애정을 드러내 안방극장에 감동을 선사했다.
합창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아이들. 한국 입양 어린이 합창단이 ‘꿈’을 열창하자 김소현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어 그는 “일단 어린들의 진심이 많이 느껴져서 관객 입장에서 즐겁고 행복한 공연이었다. 이런 순수한 모습이 영원히 변치 않길 바란다”며 아이들의 꿈을 응원했다.
소록도 장자마을 행복합창단 또한 시청자에 감동을 선사했다. 행복하게 노래하며 춤추는 단원들의 모습은 구김살이 없었지만, 한센병을 앓았던 탓에 소록도에서 외롭게 지냈던 아픔은 여전히 깊게 새겨져있었다. 이들이 씩씩하게 열창한 ‘한탄강은 흐른다’에는 합창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편견에 맞서려는 의지가 묻어났다.
그러나 노래를 마친 후에는 “저희가 지나가면 자꾸 쳐다본다. 마음속에선 피나는 고통을 느끼며 산다. 자식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할 때는 부모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피나는 고통을 겪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연락 없는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할머니의 영상편지도 보는 이들을 눈가를 뜨겁게 만들었다.
합창을 통해 항암치료의 고통을 이겨내는 이도 있었다. 부천 경기 싱어즈의 장경희 지휘자다. 그녀는 3번의 폐암수술을 하고도 암이 재발해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합창단에 열정을 쏟았다. 그 결과 부천 경기 싱어즈는 독보적인 실력을 뽐내며 거뜬히 예선을 통과했다.
이에 심사위원 김태원은 “이 지휘자를 통해 집중하는 정도는 1위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노래했기에 점수를 잘 받았다”고 말했고, 한경미 교수는 “남성 팀이 아주 잘했다. 여성들에 비해 인원이 적었음에도 여성들을 감싸 안는 소리를 잘 냈다”는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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