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인나에게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는 애정도 많고 아쉬움도 큰 작품이다.
유인나는 지난달 27일 종영한 ‘별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 분)와 숙명적인 경쟁을 펼쳐온 배우 유세미로 분했다. 세미는 15년이나 송이 곁에 머물며 친구로 거짓 행세를 해왔던 인물. 그는 짝사랑 상대 이휘경(박해진 분)에 대한 원망을 송이에게 털어내며 가슴 저릿한 복수를 시도했다. 결국 송이와 화해를 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말이다.
극에서 세미의 분량은 많지 않았다. 초반 송이, 휘경과 자주 모습을 보였던 그는 송이-도민준(김수현 분)의 러브라인으로 스토리가 집중되면서 등장이 뜸해졌다. 송이와 갈등하던 유일한 인물이었던 만큼 아쉬움이 컸다.

“분량이 속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분량이 줄어들고 그런 부분은 속상했지만 ‘내가 작가라면, 내가 시청자라면’이라고 생각 했을 때 천송이와 도민준의 사랑을 보는 것만으로도 바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항상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수용이 되고 이해가 되니까요.(웃음) 그렇게 내 분량이 없는 게 괜찮을 수도 있겠다. 그게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 드라마 촬영이 그렇듯 ‘별그대’도 숨 가쁘게 촬영이 진행됐다. 방송 당일 촬영이 끝나는 일이 비일비재 했을 정도. 종영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유인나는 여전히 세미로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고 털어놨다.
“끝나고 쉬지를 못해서 아직 ‘별그대’를 촬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주 쯤 돼 봐야 끝났구나 할 것 같은데요. 촬영 마치고 화보 촬영도 하고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쉬는 동안에는 집에서 책 보고 밥 먹고 자고 그렇게 지내고 싶어요. 뒹굴뒹굴하고 싶네요.(웃음)”

유인나는 누구보다 세미를 사랑했다. 민준-송이에게 집중됐던 시청자들의 관심이 못내 서운한 듯 큰 애정을 드러내보였다. 실제 모습과 비슷한 점이라고는 단 한 가지도 없는 세미가 되기 위해 유인나는 촬영 내내 세미만 생각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깊이 몰입했던 탓일까. 촬영이 끝난 지금도 세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듯 했다.
“극에서든 밖에서든 세미 생각을 많이 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나라도 세미 편을 많이 들어주고 싶었죠. 그렇게 세미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 건지 많이 빠졌어요. 어떤 배우라도 세미 역할을 하면 그만큼 빠지게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하고 세미는 공통점이 없어요. 친구를 대하는 방법이나 표정이나. 저에게는 세미 같은 표정이 없거든요. 내 간이나 장기가 손상이 되는구나 느낄 정도로 속이 좀 많이 상했어요.”
전지현은 ‘별그대’에서 자신의 미모를 한껏 자랑했다. 어떤 모습을 찍어도 화보가 되고 망가져도 예쁜, 믿을 수 없는 비주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유인나는 이런 전지현과 투샷이 가장 많이 잡힌 배우였다. 미모로는 뒤지지 않을 두 여배우의 투샷은 시청자들에게는 흥미로운 볼거리였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일 터였다.
“전지현 씨와 투샷은 보는 사람들이 더 부담갖고 미안해했던 것 같아요. 진짜 전지현 씨는 세기에 한 번 나올법한 미녀인데 그 미녀를 두고 제가 다른 감정을 느낄 필요가 있을까요?(웃음) 저도 10년 전부터 텔레비전을 보면서 ‘전지현이다’ 했던 팬 입장에서 즐거웠어요. 보는 즐거움이 있었죠. 여러가지 부분에 있어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촬영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이런 저런 말씀을 주셨는데 저는 투샷에 대한 부담은 없었고 생각도 안 했던 것 같아요.”

유인나는 복잡한 감정 속에 촬영했던 ‘별그대’가 끝나고 이제 세미가 아닌 유인나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온스타일 간판 프로그램인 ‘겟잇뷰티’ 진행을 맡아 데뷔 후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서는 것. 오랜 시간 꾸려온 KBS 라디오 프로그램 ‘볼륨을 높여요’와 함께 당분간 그의 생활을 채워줄 에너지원이다.
“몇 가지 작품을 말하고 있긴 한데 이번엔 좋은 작품을 만날 때까지 좀 기다려보려고 해요. 또 ‘겟잇뷰티’가 시작했거든요. 부담이 있긴 한데 최선을 다하면 몇 달 후에는 ‘유인나의 겟잇뷰티’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오래 가져가고 싶은 프로그램이거든요. 열심히 해보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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