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이 올 시즌 4번 타자로 뛸 확률이 높다.”
LG가 5년 만에 맞이한 외국인타자 조시 벨(28)이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LG 김기태 감독은 지난 5일 약 50일의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벨의 기량에 만족을 표했다. 김 감독은 “벨이 연습경기서 홈런도 치고 굉장히 좋았다. 특히 3루 수비는 정말 엄청나다. 수비는 자신 한다”고 벨을 2014시즌 4번 타자 유력 후보로 놓았다.
확실히 연습경기만 보면 우려가 기대로 변할만하다. 벨은 오키나와서 4번 타자겸 3루수로 출장해 11타수 5안타(타율 4할5푼4리) 2홈런 7타점 3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3루 수비 역시 탁월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이었다.

50일 동안 벨과 함께 생활한 팀 동료들의 평가도 좋다. 올 시즌 주장을 맡은 이진영은 벨을 두고 “한국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다른 외국인선수들과는 다르게 배우려는 자세,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자세가 특히 좋았다”며 벨의 태도를 칭찬했다. 실제로 벨은 전지훈련에서 신예 선수들에게 연습 시간을 많이 주기 위해 고참들과 점심시간에 타격 연습을 했다. 일정이 끝난 후에는 권용관과 함께 내야수비 훈련을 하면서 한국식 자율훈련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한다.
벨이 기대치를 충족시킨다면, LG는 공수 모두에서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다. LG는 2012시즌과 2013시즌 팀 홈런 59개로 각각 7위와 8위에 자리했다. 지난해에는 두 자릿수 홈런 타자도 전무했다. 고질병이었던 낮은 출루율과 득점권 타율이 리그 상위권으로 올라섰지만, 홈런은 2년 동안 하위권이었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아쉬움이 남는 수치였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시즌을 마무리하며 “파워히터의 부재를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이 모두 타율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이들과 조화를 이룰 거포가 있다면 타선의 폭발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특히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무대서 홈런 한 방은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좌우한다. LG가 더 높은 곳을 점령하려면 홈런 타자는 필수다.
수비서도 벨의 역할이 크다. 2009년부터 안정적으로 LG의 핫코너를 맡아온 정성훈이 지난해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포스트시즌서도 예상치 못한 실책으로 상대에 흐름을 내줬다. 벨이 3루를 굳건히 지키면, 오지환-손주인 키스톤 콤비와 함께 단단한 내야진이 형성된다. LG 김기태 감독은 애리조나 1차 캠프까지는 벨에게 3루와 1루를 모두 연습시켰지만, 오키나와에서는 3루로 포지션을 확정지었다. 강한 어깨를 동반한 송구능력은 리그서 유일무이라는 평가다.
물론 진정한 시험무대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시범경기, 그리고 페넌트레이스에서 마주할 허들을 넘어야 골든벨을 울릴 수 있다. 메이저리그 특급 유망주였던 벨은 스위치 타자지만 좌우타석의 기복이 심했고, 빅리그에선 투수들의 유인구에 속절없이 당했다. 영입 발표 당시, 실망스러운 시선이 많았던 것도 메이저리그 타율 1할대에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일단 부상에 대한 우려는 스프링캠프를 통해 완전히 씻어냈다.
벨은 스프링캠프서 “외국인이라고 특별한 대우를 바라지 않겠다. 팀에 녹아들고 싶다. 적응이 목표다”고 말했다. 오픈마인드로 한국야구 흡수를 다짐한 만큼, 위기가 찾아와도 귀를 열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생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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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