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정이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연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진상을 부리는 ‘만취녀’를 실감나게 연기하며 ‘얼굴 甲’ 여배우의 이름표를 잠시 내려놨다.
이민정은 현재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에서 복수를 위해 재벌이 된 전 남편 차정우(주상욱 분)를 유혹하는 나애라를 연기하며 거침 없이 망가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코미디적인 요소를 집어넣어 중독성 강한 재미를 선사하는 중. 이혼한 부부가 갈등과 오해를 풀고 사랑을 시작하는 과정을 담는 로맨틱 코미디인 까닭에 진부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드라마. 허나 웃음이 터지는 패러디나 재기발랄한 대사, 묘하게 매력적인 인물 설정으로 호평 속에 방송되고 있다.

당초 수목드라마 최약체로 여겨졌던 이 드라마는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인 KBS 2TV ‘감격시대’, SBS ‘쓰리데이즈’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시청률 성적표를 챙기며 복병으로 등극한 상황. 여기에는 이 드라마의 여 주인공인 이민정의 적정선을 유지하는 코미디 연기가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이민정은 나애라를 연기하며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 중. 전 남편을 꼬이는 이유가 설득력 있게 그려지는 것은 이민정의 짠한 감정 연기가 큰 몫을 했고, 이 드라마가 톡톡 튀는 즐거움이 있는 것은 그의 망가질 때를 아는 센스 있는 연기가 배경이 됐다.
그는 ‘앙큼한 돌싱녀’에서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6일 방송된 4회만 봐도 그가 이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칼을 갈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병헌과의 결혼 후 첫 작품인 그는 ‘여배우의 변신’을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4회는 애라가 자신에 대한 잘못된 험담과 소문을 듣고 전 남편 정우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는 모습이 담겼다. 애라는 만취해 정우의 자동차에 ‘개ㅅ’이라는 누가 봐도 욕설을 낙서했다.
또한 먹은 음식을 토하며 그야말로 진상을 부렸다. 물론 회사 사람들로부터 정우의 전처인(물론 이들은 애라가 전처라는 사실을 모른다) 자신에 대한 잘못된 이야기를 듣고 큰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여기에 정우의 비서인 길요한(엘 분)이 낙서의 정체를 묻자 “개성만점 대표님이라고 쓰려고 했다”고 믿지 못할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늘어놨다.
‘진상 만취녀’로 변신한 이민정은 실감나는 표정 연기로 마치 실제로 주사를 부리는 여성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극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자동차 위에 올라타고 금방이라도 구토를 할 듯한 표정을 지으며 걸출한 비난을 쏟아내는 장면은 ‘여신’ 이민정의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이민정은 시시각각 얼굴에 묻어나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이 장면의 맛을 살렸다. 그는 이 장면 뿐만 아니라 ‘앙큼한 돌싱녀’에서 유독 찰진 대사 소화력을 보여주며 애라라는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민정은 지난 해 결혼 후 연기에 물이 오른 듯 이 드라마에서 훨훨 날고 있는 중. 무엇보다 코미디 캐릭터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유부녀 배우의 전성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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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큼한 돌싱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