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올해도 어김없이 내기 본능 발휘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4.03.08 06: 17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자칭 '내기의 신'이다. 2011년 삼성 사령탑에 부임한 뒤 주축 선수들과 내기를 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내용을 살펴 보면 FA 계약의 세부 조항 못지 않다.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위한 일종의 당근책.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 릭 밴덴헐크, J.D. 마틴(이상 투수), 야마이코 나바로(내야수) 또한 류 감독의 내기 대상에 포함돼 있다. 류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 때 밴덴헐크와 마틴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이들이 12승 이상 달성할 경우 둘의 아내에게 각각 고가의 가방을 선물하기로. 반대로 12승 달성에 실패한다면 류 감독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류 감독은 나바로와도 타율 3할 80타점 달성 여부를 놓고 내기를 걸었다. 장타 욕심이 커질까봐 홈런에 대한 부분은 제외키로 했다는 후문.

지난해 7승 9패에 머무르며 류 감독과의 내기에서 패한 밴덴헐크는 괌 1차 캠프 때 류 감독과의 약속을 지켰다. 류 감독은 "밴덴헐크가 우리 아내 지갑을 사왔다. 지금껏 외국인 선수에게 받은 건 처음"이라며 "아내가 밴덴헐크가 선물해준 지갑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한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류 감독에 따르면 밴덴헐크는 "올해 만큼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설욕을 다짐했단다.
마틴은 오키나와 2차 캠프 도중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치는 바람에 5월에나 1군 무대에 복귀할 전망. 그렇다고 내기 내용이 바뀌는 건 아니다. "이미 마틴이 선택한 것"이라는 게 류 감독의 설명.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받을 게 참 많다". 류 감독은 과거 내기에서 패했던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도 빠짐없이 열거해 나갔다. '나믿가믿'(나는 믿을 거야 가코 믿을 거야)의 유행어의 주인공인 라이언 가코(내야수)를 비롯해 카도쿠라 겐, 아네우리 로드리게스(투수)가 그들이다.
류 감독은 "가코도 도망갔지. 로드리게스도 마찬가지고. 카도쿠라는 여기 있는데 안 준다"고 푸념(?)을 늘어 놓으며 "다 받았다면 가방 되게 많았을 것"이라고 껄껄 웃었다.
"늘 그렇지만 내가 졌으면 좋겠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니까". 류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지갑을 활짝 열 준비가 돼 있었다. 이들이 내기에서 승리한다면 사상 첫 통합 4연패 달성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wha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